요한일서 4:19은 “우리가 사랑함은 그가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음이라”(개역개정)라고 전한다. 이 짧은 구절 안에는 인간이 지닌 사랑의 출발점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흔히 우리가 가진 사랑은 우리의 능력이나 의지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지만, 성경은 그 본질이 ‘하나님이 먼저 베풀어 주신 사랑’임을 강조한다.
바로 이 ‘먼저’라는 단어가 우리의 삶에 적지 않은 울림을 준다. 조건이나 자격을 갖추기 이전에, 우리가 아직 연약하고 부족할 때조차 하나님은 먼저 사랑으로 다가오셨다. 이는 단순히 신앙의 영역에서만 통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의 소소한 관계에서도 깊은 통찰을 제시한다. 사람들과 얽히고설킨 삶에서 ‘먼저 사랑하는 태도’를 배운다면, 우리는 가정, 직장, 사회 모든 곳에서 조금 더 따뜻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
1. “먼저” 사랑해주신다는 것의 의미
세상에서 주고받는 사랑에는 종종 계산이 깔려 있다. 누군가 내게 잘해주면 그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의무감, 혹은 투자한 만큼의 사랑을 기대하는 마음 등이 작용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요한일서 4:19이 보여주는 사랑은 이러한 ‘인간적 거래’와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1) 조건 없는 사랑의 시작
성경의 하나님은 우리가 완벽해지기를 기다리거나 특정 조건을 충족했을 때 비로소 사랑하신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부족하고 어긋나 있을 때에도 먼저 다가오셨다. 이 사실은 우리의 일상 속 관계에도 시사점을 준다. 누군가가 나를 실망시켰거나 서운하게 했어도, 한 발 먼저 이해하고 사랑을 건네는 사람이 있다면 그곳에는 회복의 가능성이 생긴다. ‘먼저’라는 말이 지닌 힘이 바로 여기서 드러난다.
2) 우리 사랑의 근원
하나님이 먼저 베풀어주신 이 사랑은 우리 사랑의 근원이 된다. 이를테면, 누군가에게서 따뜻한 말을 들으면 그 온기를 다시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먼저’ 사랑을 온전히 느낀 사람이라면, 그 사랑을 흘려보내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솟아난다. 이렇듯 “우리가 사랑함은 그가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음이라”라는 말씀은 우리의 사랑이 인간적 조건이나 상황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하나님이 주신 사랑에 기인함을 밝히고 있다.
2. 요한일서 4:19이 주는 실생활 적용
요한일서 4:19의 메시지를 듣고 “맞아, 저 말씀 정말 좋지” 하고 넘어가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말씀을 통해 마음이 움직였다면, 그것을 실제 관계 속에서 구현해보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누군가에게 쑥스럽지만 미소를 건네는 일부터가 그 시작일 수 있다.
1) 가정에서의 사랑 실천
가정은 때로는 밖보다 더 치열한 감정의 장이 된다. 하루 대부분을 함께 보내다 보니, 작은 갈등이 큰 다툼으로 번지기 쉽고 상처도 깊게 남는다. 이런 환경에서 “내가 먼저 사랑을 베풀겠다”고 결단하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식사를 마친 후 먼저 설거지를 시작한다든지, 매일 바쁜 일상 속에서도 가족들에게 “고마워” “사랑해”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건네는 것이다. 비록 사소해 보이지만, ‘먼저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닮으려는 이 작은 실천은 가정의 분위기를 서서히 변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2) 직장·학교·사회생활에서의 적용
삶의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직장이나 학교, 사회 모임 속에서도 ‘먼저 사랑하기’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사람들은 서로를 위협적인 경쟁 상대로 보며 경계심을 드러내기 쉽다. 그러나 누군가가 먼저 다가가 친절을 베풀고 협력을 제안한다면, 그곳에는 더 유연하고 따뜻한 인간관계가 피어난다. 때로는 ‘이러다 나만 손해보는 것 아니야?’라는 마음이 들 수도 있지만, 길게 보면 그런 ‘먼저 사랑하기’는 곧 인간관계의 든든한 기반이 된다. 우호적 감정과 신뢰가 쌓이는 곳에서는 협업도 원활하게 이뤄지고, 자연스럽게 더 나은 성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3) 자기 자신을 돌보는 사랑
요한일서 4:19이 강조하는 ‘사랑받은 존재’라는 정체성은 자기 자신에게도 적용된다. 사람들은 때로 “나는 왜 이 모양일까?” “왜 이렇게 부족하지?”라는 자책에 빠진다. 하지만 하나님이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자기 자신을 함부로 낮춰보거나 학대할 이유가 사라진다. 물론 자신의 약점이나 실수를 돌아보는 것은 중요하지만, 나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나는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야”라고 상기시키는 것 역시 필요하다.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돌보는 것은 결코 이기적인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소중한 생명과 인격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3. 사랑에 대한 오해와 진실
요한일서 4:19의 말씀을 읽으면, 사람들은 흔히 “아, 역시 사랑은 중요하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때때로 ‘사랑’이라는 단어에 대해 잘못된 선입견이나 편협한 이해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여기서 몇 가지 대표적인 오해를 살펴보고, 그 속에 담긴 진실을 짚어보자.
1)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다?”
일반적으로 사랑을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두근거리는 감정이다. 물론 사랑에는 설렘과 감동이 따르지만, 성경이 말하는 사랑은 감정 이상의 것이며 의지적 선택과 실천을 포함한다. 요한일서 4:19이 ‘먼저’라는 말을 쓰는 까닭도 여기 있다. 감정이 들기 전, 혹은 상대가 사랑스럽지 않아 보일 때에도 결단하여 다가서는 태도가 진정한 사랑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감정은 순간적으로 식을 수 있으나, 사랑의 결정은 일상의 땀과 노력을 통해 지속된다.
2) “사랑에는 반드시 조건이 따른다?”
사람들은 흔히 “내가 이만큼 했는데, 너도 해줘야지”라는 식으로 사랑을 조건화한다. 그러나 요한일서 4:19에 나타난 사랑은 ‘먼저’ 행해지는, 즉 어떤 조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주어지는 사랑을 말한다. 우리가 아직 죄인이었을 때에도, 부족함이 가득할 때에도 하나님은 먼저 사랑을 베푸셨다. 이 점을 깨닫는다면, 우리 역시 누군가에게 사랑을 베풀 때 “상대가 내 기준에 부합하는가?”를 따지기보다는, 작은 친절이라도 먼저 건네려는 태도를 지닐 수 있게 된다.
3) “사랑은 모든 갈등을 없앤다?”
사랑이 강력한 힘을 지닌다고 해서, 모든 갈등이 순식간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인간관계에서는 미묘한 감정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사랑이 충분히 전해져도 완전한 화해가 한 번에 이루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사랑이 중요한 이유는 ‘갈등을 완벽하게 없애주는 마법’이라서가 아니라, ‘갈등을 건설적으로 해결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도록 돕는 길잡이’이기 때문이다. 불완전한 세상 속에서 사랑은 완벽 해결책이 아니라, 갈등을 뛰어넘을 ‘가장 강력한 도구’다.
4) “사랑은 나약함의 표현이다?”
살아가면서 상처받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겪으면, 사랑은 결국 자신이 손해를 감수하는 감정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사랑은 결코 나약함이 아니다. 오히려 사랑하는 용기는 단순한 자기 보호 이상의 힘을 필요로 한다. 특히 상대방과 상황에 상관없이 ‘먼저 사랑하기’를 선택하는 것은 엄청난 내적 결단이며, 그런 모습을 통해 또 다른 누군가가 변화를 경험할 수도 있다. 사랑은 연약함이 아니라, 가장 강력한 회복력과 변혁의 출발점이 된다.
4. 갈등과 시련 속에서 빛나는 사랑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언제나 평온할 수는 없다. 실패, 상실, 배신, 혹은 예상치 못한 시련이 찾아올 때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붙들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이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다”는 확신이다.
1) 실패 속에서의 회복
인생은 기쁨과 성공만으로 가득 차 있지 않다. 시험에 떨어지고, 사업이 망하고, 관계가 파탄나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이때 ‘나를 먼저 사랑하신 하나님’을 기억한다면, 실패가 곧 인생의 종착점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그 사랑은 내가 실패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너는 여전히 사랑받는 존재”라고 말해준다. 우리는 그 사랑을 통해 좌절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힘을 얻게 된다.
2) 인간관계의 상처 치유
가장 어려운 갈등은 종종 가장 가깝던 사람에게서 비롯된다. 마음을 열고 믿었던 만큼, 배신감도 더 크게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한일서 4:19이 주는 메시지, 곧 ‘먼저 베푸신 사랑’을 떠올리면, 우리도 용서를 시도하고 화해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모든 문제가 단번에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상처 난 마음이 서로에게 닿을 통로는 열리게 마련이다. 사랑의 문으로 들어간 갈등 해결은 진심 어린 사과와 용서, 그리고 한 단계 깊어진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
5. 마음에 새기는 요한일서 4:19의 메시지
결국 요한일서 4:19의 말씀은 가정·직장·사회·공동체 어디서든 통용되는 진리의 열쇠와 같다. ‘먼저 사랑하신 하나님’을 기억하는 사람은, 사랑을 선택하는 이유가 달라진다. 더 이상 사랑은 강요나 의무가 아닌, ‘이미 받은 사랑에 대한 감사’로 행해진다.
- 감사의 태도: “내가 받은 사랑이 너무나 크다”는 감사가 생기면, 우리 마음은 작은 것에도 기뻐하고 다른 이에게 베풀고자 하는 여유를 갖게 된다.
- 관계 회복: 누군가를 향해 다가설 때 ‘먼저’를 실천한다면, 어렵던 관계도 개선될 가능성이 열린다. 비록 시간이 필요할 수 있지만, 사랑이 근본에 깔린 행동과 말은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 긍정적 영향력: 선한 영향력은 결코 대단한 구호나 큰 업적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에게도 인사를 건네고, 일터에서 작은 배려를 실천하는 행동 하나가 결국 더 큰 변화를 이끈다.
6. 함께 나누는 기도와 결단
오늘 요한일서 4:19을 마음에 새겼다면, 내 주변에 누가 있는지 떠올려보자. 혹시 섭섭함을 품고 있거나, 미안한 마음을 전하지 못한 사람이 있는가? 혹은 여전히 용서를 주저하는 대상이 있는가? ‘내가 왜 먼저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 우리가 받은 ‘먼저 사랑’을 기억해보면 어떨까.
작은 실천으로 시작하면 된다. 메신저 창을 열어 “잘 지내고 있어?”라고 안부를 묻는 것, 오늘 뭔가 든든한 한 끼를 챙겨주면서 “고마웠어”라고 말하는 것, 잠시 멈춰서 다른 사람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 등. 이런 자잘한 실천들이 쌓여 우리의 일상이 변하고, 그 속에서 요한일서 4:19의 말씀이 더욱 빛나게 된다. 그리고 밤이 깊어 눈을 감는 순간, “우리가 사랑함은 그가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음이라”는 고백이 오늘 하루를 보람있게 마무리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먼저, 너를 사랑하노라여린 바람이
묵묵히 꽃잎을 감싸안듯
내 마음도 어느새 네 곁에 와 있었다.계절이 스쳐가는 소리 속에서
버거운 삶의 무게를 견디던 네 눈을 보니
내 가슴 한구석이 저릿이 울렸다.기댈 곳 없다고
굳게 믿어온 네 길에
한 줌의 빛으로 닿고 싶어너무 작아 부끄럽지만
그래도 네게 전하리
“먼저, 너를 사랑하노라”고
이 아침, 부드럽게 속삭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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