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께서 그의 앞을 지나시며 선포하시되 여호와라 여호와라 자비롭고 은혜롭고 노하기를 더디하고 인자와 진실이 많은 하나님이라” (출애굽기 34:6, 개역개정)
이 말씀은 모세가 두 번째로 돌판을 받는 장면에서 등장합니다. 이미 한 차례 금송아지 사건으로 인해 이스라엘 백성의 불신과 불순종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다시금 그들과 언약을 맺으시는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그 과정에서 하나님께서 직접 자신의 이름과 성품을 선포하시는 장면이 바로 출애굽기 34장 6절입니다. 여기에는 하나님의 여러 성품이 간결하지만 깊이 있게 기록되어 있지요. 자비와 은혜, 노하기를 더디하심, 인자와 진실이 많으심 등의 표현은 우리가 믿고 따르는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분명하게 알려줍니다.
어떤 사람은 ‘하나님이 정말 선하신 분일까?’라는 질문을 품기도 합니다. 세상에 고통과 어려움이 많다고 느낄 때, 이런 의문을 갖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출애굽기 34장 6절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하나님은 우리를 향해 자비와 은혜로 다가오시는 분이라는 사실을 거듭 밝히십니다. 노하기를 ‘더디하다’는 표현은 그분이 심판을 서두르시기보다 인내하시고 기회를 주시는 분임을 보여줍니다. 인자와 진실이 많으신 하나님은 우리의 실수와 넘어짐 속에서 결코 등을 돌리지 않으시며, 끊임없이 회복의 손길을 내미시는 분이십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성품은 단순히 텍스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에서 실제로 체험되어야 가치가 빛납니다. 가령 관계가 깨어지거나, 직장에서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고, 몸이 아파서 힘든 시기를 겪을 때 “정말 하나님은 내게 어떤 의미가 있으실까? 과연 나를 돌보시는 분이 맞을까?” 하고 고민하게 됩니다. 그럴 때 바로 이 본문을 통해 큰 위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부족함과 연약함을 아시고도 품어주시는 자비로우신 하나님을 마주하는 순간, '그래, 내가 비록 이 상황에 답을 다 찾지 못했어도 하나님의 선하심을 신뢰할 수 있겠구나'라는 소망이 생겨나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우리의 인생에는 미해결 과제나 아물지 않은 상처가 많습니다. 누구나 각자의 아픔이 있습니다. 완벽해 보이는 삶을 사는 사람도 의외로 고민거리 하나쯤은 있지요. 예를 들어, 이사를 앞두고 있을 때나 직장 내 갈등이 깊어질 때, 몸과 마음이 지쳐서 스스로가 못나 보일 때, 우리는 예상치 못한 외로움과 두려움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자비로운 분이라는 사실은, 그럴 때마다 우리에게 다시 일어설 힘을 줍니다. “내가 실패했어도, 내게 실수가 있어도, 하나님은 나를 붙드실 것이다.”라는 마음을 품게 되면, 마치 따뜻한 햇살을 느끼듯 다시 걸어갈 용기를 얻게 되는 것이지요.
출애굽기 34장 6절이 오늘날 우리에게 전하는 가장 큰 메시지 중 하나는 ‘재시작의 기회’입니다. 앞서 말했듯, 금송아지 사건 이후라면 이스라엘 백성은 더 이상 하나님의 임재를 기대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들을 완전히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돌판을 다시 주시고, 언약을 회복시키심으로써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소망을 심어주셨습니다. 우리 역시 인생에서 넘어질 때가 많지만, 그때마다 하나님은 ‘그래, 다시 시작해보자. 내가 너와 함께하마.’라고 말씀하시는 분이심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노하기를 더디하신다는 표현도 깊이 묵상해볼 만합니다. 현실에서는 누군가 작은 잘못만 해도 바로 분노하고, 따끔한 처벌을 요구하거나 거리를 두는 상황을 자주 보게 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의 실수에 대해 즉각적인 보복이나 단절을 선언하지 않으십니다. 때로는 엄중한 징계가 있더라도, 궁극적인 목적은 우리의 회복과 성장이지 파멸이 아닙니다. 사랑에서 비롯된 징계는 궁극적으로 우리의 삶을 온전하게 세우는 과정을 거듭나게 하고, 이는 ‘노하기를 더디하시는’ 하나님의 성품을 이해하는 관건이 됩니다.
인자와 진실이 많으심 역시 하나님께 대한 확신을 심어줍니다. 인자(仁慈)는 사랑과 극율이 넘치는 태도를 뜻하는데, 진실(眞實)은 하나님의 변치 않는 본성과 약속을 상징합니다. 세상의 약속은 상황에 따라 쉽게 변하고 깨져버리기 쉽습니다. 어떤 사람이 “평생 변치 않겠다”고 서약했는데, 막상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식어버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지요. 하지만 하나님은 신실하심으로 언약을 지키시는 분입니다. 우리의 마음이 흔들릴 때도, 하나님이 우리를 향한 마음은 흔들리지 않으십니다. 이런 변함없는 진실됨은 삶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됩니다.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이렇게 자비롭고 노하기를 더디하고 인자와 진실이 많으신 하나님은 우리에게도 그러한 성품을 닮아가라고 권면하십니다. 이웃과의 갈등에서 쉽게 화를 내고 인간관계를 끊어버리기보다, 조금 더 인내하고 관대히 대하며 용서의 여지를 두는 태도를 가져보면 어떨까요? 인간적인 눈으로 보면 용서하기 힘든 상대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가능한 한 사랑으로 포용해보려는 노력이 우리의 마음을 더욱 자유롭게 하고, 결국 우리가 닮고자 하는 하나님 아버지의 성품을 세상에 보여주는 길이 됩니다.
우리가 출애굽기 34장 6절을 묵상하며 꼭 기억하고 싶은 점은, 모든 사람의 인생에 시련과 좌절이 따른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끝이 아니며, 하나님 앞에서는 언제든지 다시 시작하고 회복될 수 있다는 소망이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완벽한 존재가 아닙니다. 오늘 넘어졌다가 내일 또 넘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하나님은 여전히 자비롭고 은혜로우시며, 노하기를 더디하시고 인자와 진실로 우리를 감싸주시는 분입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매일 말씀을 읽고, 예배하고, 기도하며 붙드는 믿음의 근거입니다. 이 믿음을 붙들고 한 걸음씩 내디딜 때, 우리 영혼은 예전보다 더 성숙한 모습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결국 하나님의 성품에 대한 이해는 더 깊은 하나님과의 관계로 이어집니다. 이 관계에서 우리는 내 힘만으로 해결하지 못했던 삶의 무게를 함께 나누게 됩니다. 점점 큰 평안과 감사가 싹트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하나님의 선하심을 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일어납니다. ‘나 같은 사람도 하나님께서 품어주셨다면, 다른 이도 분명 그 품 안에서 회복될 수 있겠구나.’ 하고 말이지요. 그런 작은 다짐과 실천이 쌓여, 우리의 일상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이 실제가 됩니다.
혹시 지금 삶의 자리에서 지치고 낙담하셨다면, 다시 한 번 출애굽기 34장 6절을 묵상해보세요. 하나님의 자비가 당신을 향하고 있습니다.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문제조차도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새롭게 조명되고, 회복의 기회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비록 완벽하지 않더라도, 늘 우리를 기다리시고 품으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믿으며 걸어갈 때, 마음속에 잔잔한 평안과 기쁨이 샘솟을 것입니다.
마음에 새겨두고 싶은 핵심 키워드들을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 하나님의 자비: 죄와 실수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품으시는 사랑
- 노하기를 더디하심: 우리의 연약함을 이해하고 인내하시는 마음
- 인자와 진실이 많으심: 흔들림 없이 약속을 지키시며 신실하신 본성
- 다시 시작: 금송아지 사건 이후에도 언약을 회복시키신 하나님의 은혜
오늘 하루도 하나님을 신뢰하며, 이 말씀을 삶에 실제로 적용해 보시길 권합니다. 혹시 힘든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하나님께서 부어주시는 자비와 은혜를 떠올릴 때,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다시 걸어갈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새겨진 은혜
차가운 돌판 위에도
따뜻한 손길은 새겨지듯
굳었던 마음 한가운데
은혜의 이름이 새겨지네
노여움보다 오래 머무는
이해와 인내, 그리고 사랑
오늘도 다시 시작하는 나를
눈감아주고 품어주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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