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베풀어 주시는 인자하심은 때로 우리의 가슴을 벅차오르게 만든다. 시편 36:7(개역개정)은 “하나님이여 주의 인자하심이 어찌 그리 보배로우신지요 사람들이 주의 날개 그늘 아래 피하나이다”라고 전해 주는데, 이 말씀은 막막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를 지켜 주시는 보호와 사랑이 얼마나 귀한지 깨닫게 해준다.
이 구절을 묵상할 때, 마치 어린아이가 어머니의 품에 안길 때 느끼는 안전함과 따스함이 떠오른다. 사람들은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예기치 않은 풍파를 만난다. 그럴 때마다 마음 한 구석에서 ‘나를 지켜 줄 무언가’를 갈망한다. 시편 36:7은 바로 그 지점에서 하나님의 날개 그늘 아래 피하는 복된 모습을 그려 준다. 마치 비가 쏟아질 때 우산을 펼치는 것처럼, 인생의 비바람 속에서도 우리를 보호해 주는 하늘의 은혜를 떠올리게 한다.
이 시편의 저자는 다윗으로 알려져 있다. 다윗은 목동에서부터 군인, 왕에 이르는 다양한 삶의 굴곡을 경험한 인물이다. 그의 삶은 결코 편탄하지 않았고, 때때로 자신의 실수와 죄악으로 인해 깊은 어려움에도 빠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윗이 붙들었던 것은 ‘하나님의 인자하심’이었다. 우리는 다윗의 삶을 통해, 인간이 가진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베푸시는 보호와 사랑이 얼마나 신실한지 배울 수 있다.
성경에서 말하는 인자하심(헤세드, חסד)은 단순히 ‘좋은 마음’이 아니라, ‘변함없이 베풀어지는 언약적 사랑’을 뜻한다. 인간이 실패하고 넘어져도 하나님은 신실한 사랑으로 감싸 주신다. 마치 계약이나 약속이 바탕이 된 한결같은 긍휼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붙들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닻이 된다.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를 변함없이 감싸 주시는 이 사랑을 다시금 떠올리면, 마음 한쪽이 뜨거워지면서도 편안해진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불안과 걱정 속에 놓이기 쉽다. 경제 위기, 인간관계, 건강 문제, 진로 고민 등 수많은 문제들이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어떤 문제들은 수많은 노력 끝에도 쉽게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럴 때 시편 36:7을 바라보면 “나는 무기력해도 하나님은 여전히 나를 돌보신다. 나는 넘어져도 하나님은 날개 아래 피할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 주신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스도인이든 비그리스도인이든, 어떤 배경을 가진 이든 간에, 영혼 깊숙이 ‘하나님이 계신다면 나를 어떻게 보살피실까?’라는 갈망이 있을 것이다. 이 말씀은 바로 그러한 궁금증에 대해 ‘우리를 품어 주시는 분’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나아가서 “인자하심”이라는 표현이 주는 심적 울림은 상당히 크다. ‘인자함(Kindness)’이라는 말은 사람 사이에서도 자주 사용되지만, 하나님의 인자하심은 차원이 다르다. 조건 없는 수용, 일방적 희생, 끝까지 지키시는 보호가 포함되어 있다. 인간의 사랑은 때로는 실망을 주거나, 혹은 계산적일 수 있으나, 하나님께서 베푸시는 인자하심은 결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절망하고 있을 때 빛처럼 다가와 주신다. 이 사실이야말로 신앙생활의 위안이 되고, 삶을 지속해 나갈 용기가 된다.
시편 36:7 말씀을 현대적인 삶의 맥락으로 이어서 생각해 보면, 우리의 일상은 소소한 갈등부터 큰 위기까지 끊이지 않는다. 예를 들면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가정 내에서의 불화, 대인관계에서 겪는 오해와 배신 등이 있을 수 있다. 한 번씩 마음이 무너질 때면 “내가 정말 기댈 수 있는 곳이 있을까?” 하고 의심하게 된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우리는 말씀 속에서 “주의 날개 그늘 아래 피하나이다”라는 문장을 다시 되새길 수 있다. 혹시 내가 정말 혼자인 것 같아도, 신실하게 지켜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이 나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믿는 것이다.
이 믿음은 절망의 시간에도 희망을 붙드는 동력이 된다. 누구나 넘어지고 쓰러질 수 있지만, 그때마다 ‘날개 그늘 아래의 피난처’를 기억한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인생에서 시련은 피할 수 없지만, 그 시련 속에서 나를 끊임없이 붙들어 주시는 인자하심을 누릴 수 있다면 상황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예전에는 막막하고 두려웠던 순간이, 이제는 “이 또한 하나님의 보호하심과 인도하심을 경험하는 시간”으로 바뀌게 된다.
시편 36장을 살펴보면, 하나님의 인자하심이 악인의 꾀와 죄악의 함정에서 우리를 건져내는 배경이 됨을 볼 수 있다. 다윗은 이 시편을 통해 인간의 죄성, 불의, 교만함 등을 제시하고, 그 반대편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 구원이 얼마나 찬란한 것인지를 대조한다. 결국 ‘하나님의 인자하심이 없으면 우리는 구원이 없다’라는 메시지가 우뚝 서 있다. 그 구원이 바로 하나님의 크신 사랑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그 사랑이 너무나 존귀하다고 노래하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자기 자신의 연약함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 잘해야지, 내가 이겨내야지, 누구에게 기대면 안 돼.” 이런 마음으로 끝없이 자신에게 채찍질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다윗의 고백처럼, 우리의 한계를 인정하고 하나님의 날개 아래로 들어가는 사람이야말로 참된 안식과 회복을 얻는다. 이는 무능력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진정한 능력을 주시는 하나님께 기대는 삶이다.
또한 이 말씀이 전하는 놀라운 점은 하나님이 누구를 차별하지 않으신다는 것이다. 배경이나 학력, 재산의 유무, 과거의 성공이나 실패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로지 하나님의 인자하심을 믿고 의지하는 자에게 동일한 은혜가 베풀어지는 것이 시편이 전하는 희망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마음에 새기면서, 일상의 작은 걸음마다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확신을 가지고 걸어갈 수 있다.
개인의 신앙생활에서 시편 36:7을 마음에 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다. 첫째, 매일 아침 혹은 잠자리에 들기 전, 짧게라도 이 구절을 묵상하며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이다. “오늘 내 삶에서도 하나님의 인자하심을 발견할 수 있었는가?”를 스스로 물어보면, 뜻밖의 은혜와 보호하심을 깨달을 때가 많다. 둘째, 어려움에 직면할 때마다 ‘내가 해결해야 해’라고 집착하기보다, 잠시 멈추어 마음을 가다듬고, “하나님의 날개 그늘 아래로 나아갑니다”라고 기도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 상황이 즉시 해결되지 않더라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건강한 시선으로 문제를 다시 볼 수 있다.
셋째, 주변 사람들과 함께 이 말씀을 나누어 보는 것도 좋다. 시편 36:7은 다른 이들에게도 충분히 감동과 위로를 줄 수 있는 본문이다. 특별히 고난 중에 있는 이들에게 “하나님의 인자하심이 정말 보배로운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해 준다면, 그들에게도 새 힘이 될 수 있다. 나누는 과정에서 스스로도 말씀에 더욱 큰 확신을 품게 되고, ‘사랑으로 서로를 세워 간다’라는 공동체의 의미도 되새길 수 있다.
우리는 인생의 광야를 지난다. 길이 울퉁불퉁하고, 사막처럼 황폐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결코 혼자가 아니다. 사랑의 날개 그늘 아래에서 우리는 힘을 얻고, 희망을 되찾으며, 다시금 삶을 향해 일어선다.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를 향해, “너를 보호하고 싶다. 너를 포기하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신다. 그것이 시편 36:7이 전하는 깊은 위로이자 살아있는 메시지이다.
오늘 하루를 살면서, 혹은 긴 인생의 여정에서 지치고 쓰러진다 해도, 기억하자. 하나님의 인자하심은 사람의 잣대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크고 존귀하다. 세상이 아무리 복잡하고 혼란스러워도, 이 한 가지 진리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다시 힘을 내어 걸어갈 수 있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시편 36:7은 우리 모두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날개 아래로 들어오라”는 부드러운 초대장과도 같다.
날개 그늘 아래서
메마른 길을 혼자 걸어가다
문득 고개를 들면
차가운 바람보다 더 넓은 날개가
나를 덮어 주는 걸 느낍니다
바람에 시린 내 몸은
천천히 녹아내리고
흔들리던 마음은 그늘 아래에서
조용히 숨을 고릅니다
가장 안전한 품, 가장 따스한 사랑
그 한 자락에 기대어
오늘도 다시 일어설 용기를
배웁니다
그 무엇도 끊을 수 없는 인자하심이
내 생의 보금자리 되어
지친 영혼을 쉬게 하오니
날개 그늘 아래서 안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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