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 말미암아 내가 또 이 고난을 받되 부끄러워하지 아니함은 내가 믿는 자를 내가 알고 또한 내가 의탁한 것을 그 날까지 그가 능히 지키실 줄을 확신함이라 (디모데후서 1:12)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얘기치 못한 질병, 재정적인 곤란, 관계의 깨어짐, 혹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따라주지 않는 좌절감 같은 것들 말입니다. 이런 고난의 시간에 우리는 종종 스스로를 탓하거나, 상황을 부끄러워하며 위축되기도 합니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날까?’ 하는 생각에 잠 못 이루기도 하고,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묵상할 디모데후서 1장 12절 말씀은, 인생의 가장 혹독한 시련 속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았던 사도 바울의 고백입니다. 그는 복음을 전한다는 이유로 로마의 차가운 감옥에 갇혀 죽음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세상적인 눈으로 보면 그는 실패자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처지를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이유를 단단하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선포합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요? 바울의 고백 속으로 깊이 들어가 그 비밀을 함께 찾아보고자 합니다.
고난, 피할 수 없다면 어떻게 마주할까?
바울은 먼저 "이로 말미암아 내가 또 이 고난을 받되"라고 말하며 자신의 고난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분명히 합니다. 그의 고난은 잘못된 선택이나 실수의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복음, 즉 예수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전파했기 때문에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자신의 고난에 대한 명확한 이유와 목적을 아는 것은 고난을 대하는 태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습니다.
우리 삶의 어려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때로는 우리의 잘못과 상관없이, 혹은 우리가 올바른 길을 걷고 있기 때문에 겪게 되는 시련도 있습니다.
- 정직하게 사업을 하려다 손해를 볼 때
- 신앙적인 양심을 지키려다 직장에서 불이익을 당할 때
- 세상의 방식이 아닌 진리의 길을 따르려 할 때 겪는 외로움
이런 고난 앞에서 우리는 그 의미를 되새겨야 합니다. 내가 겪는 이 어려움이 더 가치 있는 것을 지키기 위함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바울처럼 당당하게 마주할 용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고난의 존재 자체가 우리를 실패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고난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느냐가 우리의 정체성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부끄러움이 아닌 확신을 선택한 이유
바울이 부끄러워하지 않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제시됩니다. 이 두 가지는 그의 신앙의 핵심이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강력한 원리입니다.
첫째, “내가 믿는 자를 내가 알고”
바울은 ‘무엇’을 믿는다고 말하기 전에 ‘누구’를 믿는지 안다고 고백합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차이입니다. 그의 믿음은 막연한 교리나 철학에 대한 지적 동의가 아니었습니다. 그의 믿음은 인격적인 만남과 깊은 교제를 통해 얻어진, 살아있는 관계에 기반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어떤 사람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의 직업, 출신, 취미 등을 아는 것은 ‘그에 관해 아는 것’(knowing about)입니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 마음,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오랜 시간을 보낼 때, 우리는 ‘그를 안다’(knowing)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바울은 하나님을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격적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다메섹 도상에서 자신을 만나주신 예수님, 수많은 고난 속에서 동행하시고 지켜주신 그분을 그는 삶으로 경험했습니다.
이 ‘앎’이 있었기에 그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나를 가장 잘 아시고, 나를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신 그분이 지금도 나와 함께 하신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감옥이라는 절망적인 상황도, 죽음의 위협도 그의 마음을 무너뜨릴 수 없었던 것입니다.
둘째, “내가 의탁한 것을 그가 능히 지키실 줄을 확신함이라”
두 번째 이유는 ‘확신’에 있습니다. 바울은 자신이 하나님께 ‘의탁한 것’이 있다고 말합니다. ‘의탁하다’는 말은 귀중품을 가장 신뢰하는 사람에게 맡기는 행위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렇다면 바울이 하나님께 맡긴 가장 귀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 그의 영혼과 구원: 그 어떤 것도 빼앗을 수 없는 영원한 생명
- 그의 사명과 사역: 그가 평생을 바쳐 이룬 복음 전파의 열매들
- 그의 미래와 희망: 이 땅에서의 삶이 끝난 후 주어질 영광스러운 상급
바울은 이 모든 것, 즉 자신의 존재와 삶 전체를 하나님의 손에 온전히 맡겼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자신이 맡긴 그것을 하나님께서 ‘능히 지키실 것’이라는 확신입니다. 이 확신은 자신의 능력이 아닌, 전적으로 하나님의 능력과 신실하심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마치 우리가 은행에 돈을 맡길 때, 내 돈 지키는 능력이 아니라 은행의 보안 시스템과 신용을 믿는 것과 같습니다. 바울은 이 우주에서 가장 안전한 금고, 바로 하나님의 손에 자신의 모든 것을 맡겼기에 평안할 수 있었습니다.
‘그 날’을 향한 시선: 오늘의 고난을 이기는 힘
마지막으로 바울은 이 모든 확신이 “그 날까지” 유효하다고 선포합니다. ‘그 날’은 주님께서 다시 오시는 마지막 날, 모든 것이 완성되고 모든 눈물이 씻겨지는 바로 그 날을 의미합니다. 그의 시선은 눈앞의 차가운 감옥 벽이 아니라, 영광스러운 미래의 한 지점에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이 미래에 대한 소망은 현재의 고난을 견디게 하는 강력한 동력이 됩니다. 마라톤 선수가 결승점을 바라보며 마지막 고통을 이겨내듯, ‘그 날’에 대한 소망은 오늘의 어려움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그것을 인내할 힘을 줍니다. 지금 겪는 고통이 끝이 아니며, 영원한 관점에서 보면 잠시 지나가는 과정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삶이 이 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믿음, 그리고 우리의 모든 수고와 눈물을 주님께서 기억하시고 갚아주실 ‘그 날’이 있다는 소망을 가질 때, 우리는 오늘의 어려움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담대하게 일어설 수 있습니다.
사도 바울의 이 짧은 고백은 고난의 한복판에 있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혹시 지금 삶의 무게에 눌려 부끄러움과 좌절감을 느끼고 계십니까? 그렇다면 오늘 바울처럼 고백해 보시길 바랍니다.
“나는 내가 누구를 믿고 있는지 압니다. 그리고 나의 가장 소중한 모든 것을 그분께 맡겼습니다. 그분은 내가 맡긴 그것을 마지막 그 날까지 안전하게 지키실 능력이 있는 분이심을 나는 확신합니다.”
이 고백이 우리의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는 단단한 닻이 되고, 세상을 이기는 능력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가장 안전한 곳
세상 파도가 나를 덮고
의심의 바람 불어올 때
내 작은 믿음 한 조각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헤맬 때
나는 기억합니다
내가 누구의 손을 잡았는지
어둠 속에서 나를 부르시던
그 따뜻한 음성을
내 삶의 가장 귀한 조각을
주님의 손에 올려놓습니다
나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내 모든 눈물과 웃음까지도
주님은 능히 지키시는 분
가장 안전한 그 품 안에서
나는 비로소 자유롭습니다
‘그 날’을 향해, 두려움 없이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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