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얼마나 믿고 살아갈까요? 우리는 공기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지만, 눈으로 보지는 못합니다. 바람이 부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을 보며 그 존재를 확신할 뿐입니다. 전기가 흐르는 것을 보지 못하지만, 스위치를 올리면 불이 켜지는 현상을 통해 그 힘을 신뢰합니다. 어쩌면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일지도 모릅니다. 사랑, 신뢰, 희망 같은 가치들 말입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묵상할 베드로전서 1장 8절과 9절 말씀은 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특히, 한 번도 본 적 없는 분을 사랑하고, 그 믿음으로 인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누리며, 마침내 영혼의 구원에 이른다는 놀라운 진리를 선포합니다. 이 구절은 단순히 2000년 전의 신앙인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씀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동일한 위로와 소망을 건네는 살아있는 메시지입니다.
오늘의 성경 읽기: 본문 묵상
베드로전서 1:8-9 (개역개정)
- 예수를 너희가 보지 못하였으나 사랑하는도다 이제도 보지 못하나 믿고 말할 수 없는 영광스러운 즐거움으로 기뻐하니
- 믿음의 결국 곧 영혼의 구원을 받음이라
1. 보지 못하였으나 사랑하는도다: 역설 속의 진리
첫 번째로 우리 마음에 깊이 다가오는 구절은 “예수를 너희가 보지 못하였으나 사랑하는도다”입니다. 이는 우리의 일반적인 경험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입니다. 보통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 사람의 성품과 모습을 직접 겪으며 사랑을 키워갑니다. 보이는 것, 경험하는 것이 사랑의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하지만 베드로가 이 편지를 썼을 당시의 성도들은 예수님의 공생애를 직접 목격한 세대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얼굴을 본 적도, 그분의 음성을 직접 들은 적도 없습니다. 오직 사도들을 통해 전해 들은 복음, 즉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의 소식을 듣고 그분을 믿고 사랑하게 된 것입니다.
이는 오늘날의 우리와 정확히 같은 상황입니다. 우리 역시 2000년 전 갈릴리를 거니셨던 예수님을 육신의 눈으로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분을 사랑한다고 고백합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요?
- 진리의 힘: 우리는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그분을 만납니다. 성경에 기록된 그분의 말씀과 행적은 단순한 옛이야기가 아니라, 시공간을 초월하여 우리의 영혼에 직접 말을 거는 진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가르침에서 지혜를, 그분의 삶에서 긍휼을, 그분의 십자가에서 용서와 희생을, 그분의 부활에서 영원한 소망을 발견할 때, 우리의 마음에는 보지 못했어도 그분을 향한 사랑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 경험을 통한 확신: 비록 육신의 눈으로 보지는 못하지만, 신앙의 여정 속에서 그분의 살아계심을 경험하게 됩니다. 기도의 응답을 통해, 말씀이 깨달아지는 순간을 통해, 삶의 위기에서 건져주시는 손길을 통해, 혹은 내 힘으로 도저히 변화될 수 없었던 내면이 변화되는 것을 통해 우리는 그분의 존재를 체험적으로 알아갑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쌓여 보이지 않는 그분을 향한 사랑을 더욱 견고하게 만듭니다.
결국 이 사랑은 감각적인 경험을 뛰어넘는, 영적인 차원의 사랑입니다. 외모나 조건이 아닌, 그분의 존재 자체와 우리를 위해 행하신 일에 대한 깊은 감격과 감사가 만들어내는 가장 순수하고 강력한 사랑인 것입니다.
2. 말할 수 없는 영광스러운 즐거움: 세상이 줄 수 없는 기쁨
두 번째 핵심은 “믿고 말할 수 없는 영광스러운 즐거움으로 기뻐하니”라는 구절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기쁨’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경험하는 ‘행복’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우리의 행복은 대부분 조건에 좌우됩니다. 좋은 일이 생기면 행복하고, 나쁜 일이 닥치면 불행하다고 느낍니다. 건강, 재정, 관계 등 외부 환경이 안정적일 때 우리는 안도하고 기뻐합니다. 하지만 베드로가 말하는 ‘영광스러운 즐거움’은 이러한 조건을 초월합니다.
사실 베드로전서의 수신자들은 극심한 박해와 고난 가운데 있었습니다. 나그네와 행인처럼 흩어져 살며 사회적으로, 종교적으로 핍박받던 이들이었습니다. 객관적인 상황만 보면 도저히 기뻐할 수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베드로는 그들이 ‘영광스러운 즐거움’으로 기뻐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 기쁨의 원천은 무엇일까요? 바로 ‘믿음’입니다.
- 소망에서 오는 기쁨: 그들은 현재의 고난이 전부가 아님을 믿었습니다. 썩지 않고 더럽지 않고 쇠하지 않는 영원한 유업이 하늘에 간직되어 있다는 소망(벧전 1:4)을 믿었기에, 잠시 겪는 시련 너머에 있는 영광을 바라보며 기뻐할 수 있었습니다.
- 관계에서 오는 기쁨: 보이지 않는 예수 그리스도와 인격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확신에서 오는 기쁨입니다. 세상 모든 것이 나를 버리고 힘들게 할지라도, 나를 사랑하시고 나와 함께하시는 분이 계시다는 믿음이 주는 깊은 안정감과 평안이 바로 이 기쁨의 본질입니다.
-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 이 기쁨은 세상의 언어로는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너무나 깊고 충만해서 ‘영광스럽다’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하늘에 속한 기쁨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고 마음이 벅차오르는 것처럼, 구원의 주님을 믿는 믿음은 우리의 영혼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나는 샘물과 같은 기쁨을 선사합니다.
이것은 힘든 현실을 외면하는 맹목적인 긍정이 아닙니다. 오히려 현실을 직시하되, 그 현실을 뛰어넘는 더 큰 실재이신 하나님과 그분의 약속을 붙들기 때문에 가능한, 매우 능동적이고 강력한 기쁨입니다.
3. 믿음의 결국, 영혼의 구원: 여정의 목적지
마지막으로 9절은 이 모든 믿음과 사랑, 기쁨의 최종 목적지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믿음의 결국 곧 영혼의 구원을 받음이라.”
우리가 보이지 않는 예수를 사랑하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기뻐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의 믿음이 헛되지 않고 분명한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다는 확신 때문입니다. 그 목적지는 바로 ‘영혼의 구원’입니다.
여기서 ‘구원’은 단순히 죽어서 천국에 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것을 포함하지만, 더 넓은 의미를 가집니다.
- 과거의 구원: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죄의 형벌과 권세로부터 이미 구원받았습니다.
- 현재의 구원: 우리는 날마다의 삶 속에서 죄의 유혹과 싸워 이기며 거룩하게 되어가는 구원을 경험합니다. 고난 속에서 우리를 단련시키시고 정금같이 만드시는 하나님의 손길 역시 현재적 구원의 일부입니다.
- 미래의 구원: 마침내 주님께서 다시 오시는 날, 우리의 몸이 영화롭게 변화되고 모든 눈물과 고통이 사라지는 완전한 구원을 받게 될 것입니다.
‘믿음의 결국’이라는 말은 이 모든 과정의 완성을 의미합니다. 우리의 신앙 여정은 결코 안갯속을 헤매는 방황이 아닙니다. ‘영혼의 구원’이라는 확실하고 영광스러운 목적지를 향한 순례의 길입니다.
이 목적지를 아는 사람은 현재의 고난을 견뎌낼 힘을 얻습니다. 마라톤 선수가 결승선을 바라보며 마지막 스퍼트를 내는 것처럼, 우리도 영혼의 구원이라는 최종 목적지를 바라보며 오늘의 믿음의 경주를 계속해 나갈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주님을 향한 사랑, 말로 다 할 수 없는 기쁨은 바로 이 구원의 확신 위에 굳건히 서 있을 때 비로소 우리의 것이 됩니다.
믿음의 눈으로
육신의 눈으론 그 길 보이지 않고
두 손으론 온기 잡을 수 없어도
가슴 깊은 곳, 조용히 타오르는 불길 하나
이야기로 전해진 그 사랑을 믿네
세상의 파도가 발목을 적시고
근심의 바람이 어깨를 눌러도
설명할 수 없는 평화가 영혼을 감싸고
영광의 빛 한 줄기 마음에 스미네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묻지 않네
믿음의 결국은 이미 약속되었으니
보이지 않는 주님을 사랑하는 이 마음이
내 영혼 구원의 가장 큰 증거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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