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과 단어의 여정

성경 속 '성전', 그 깊은 의미를 찾아서

일하루 2025. 4. 2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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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聖殿). 성경을 읽다 보면 자주 마주치는 단어입니다. 우리는 흔히 성전이라고 하면 예루살렘에 있던 웅장한 건물을 떠올립니다. 물론 그것도 성전이 맞습니다. 하지만 성경에서 말하는 '성전'의 의미는 단순히 건물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시대에 따라, 그리고 하나님의 구속 계획 안에서 그 의미는 더욱 깊고 풍성하게 발전해 왔습니다. 오늘은 성경 전체를 통해 '성전'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사용되었고, 그 의미가 어떻게 변화하며 심화되었는지 함께 따라가 보려 합니다. 성전의 참된 의미를 알아가는 여정을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 주시는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1. 시작: 하나님의 임재의 장소, 성막

성전 이야기의 시작은 광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하여 약속의 땅으로 가는 동안, 하나님께서는 그들 가운데 거하실 특별한 장소를 만들라고 명령하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성막'(聖幕)입니다.

“내가 그들 중에 거할 성소를 그들이 나를 위하여 짓되” (출애굽기 25:8)

성막은 이동이 가능한 텐트 형태였습니다. 이는 광야를 이동하는 이스라엘 백성과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성막의 구조와 기물 하나하나에는 하나님의 거룩하심과 백성과의 만남, 그리고 죄 사함을 위한 제사에 대한 의미가 담겨 있었습니다. 성막의 가장 깊은 곳, 지성소에는 언약궤가 있었고, 그 위에 하나님의 영광이 임재하셨습니다. 즉, 성막은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 가운데 가시적으로 임재하시는 장소였습니다. 백성들은 성막을 중심으로 진을 치고 생활하며, 하나님과의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2. 발전: 견고한 하나님의 집, 솔로몬 성전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에 정착하고 왕정 시대가 열리면서, 다윗 왕은 하나님의 집을 짓고자 하는 열망을 품었습니다. 비록 다윗은 전쟁에서 피를 많이 흘렸기에 성전 건축을 허락받지 못했지만, 그의 아들 솔로몬이 그 뜻을 이어받아 마침내 예루살렘에 웅장하고 화려한 성전을 건축합니다. 이것이 바로 '솔로몬 성전'입니다.

 

솔로몬 성전은 성막의 기본 구조를 따르면서도 훨씬 크고 견고하게 지어졌습니다. 최고의 재료와 기술이 동원되었고, 그 화려함은 당시 세계적으로도 유명했습니다. 이 성전은 이제 이스라엘 왕국의 중심이자, 하나님께서 이스라엘과 함께 하신다는 영원한 언약의 상징처럼 여겨졌습니다.

“내가 이미 이 성전을 거룩하게 구별하여 내 이름을 영원히 그 곳에 두며 내 눈길과 내 마음이 항상 거기에 있으리니” (열왕기상 9:3)

하나님께서는 솔로몬의 기도에 응답하시며 성전에 임재하실 것을 약속하셨습니다. 하지만 이 약속에는 중요한 조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의 명령과 규례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그들이 하나님을 떠나 우상을 숭배하면, 하나님께서도 그 성전을 버리실 것이라고 경고하셨습니다. 안타깝게도 이스라엘은 이 경고를 무시했고, 결국 바벨론에 의해 예루살렘이 함락되면서 솔로몬 성전은 완전히 파괴되고 맙니다.

3. 재건과 변질: 스룹바벨 성전과 헤롯 성전

바벨론 포로 생활에서 돌아온 유대인들은 무너진 성전을 재건하기 시작했습니다. 스룹바벨의 주도로 세워진 이 성전을 '스룹바벨 성전' 또는 '제2 성전'이라고 부릅니다. 비록 이전 솔로몬 성전의 화려함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이 성전은 포로 귀환 공동체에게 신앙의 중심이자 희망의 상징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학개 선지자를 통해 이 성전의 나중 영광이 이전 영광보다 클 것이라고 약속하시기도 했습니다 (학개 2:9).

 

시간이 흘러 예수님 시대에는 헤롯 대왕이 유대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스룹바벨 성전을 대대적으로 증축하고 화려하게 꾸몄습니다. 이를 '헤롯 성전'이라고 부릅니다. 외형적으로는 매우 웅장했지만, 안타깝게도 당시 성전은 종교 지도자들의 부패와 형식주의로 인해 본래의 의미를 많이 잃어버린 상태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성전을 보시고 안타까워하시며 정화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기록된 바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라 일컬음을 받으리라 하였거늘 너희는 강도의 소굴을 만드는도다 하시니라” (마태복음 21:13)

예수님은 성전이 더 이상 하나님을 만나는 거룩한 장소가 아니라, 인간의 욕심과 위선이 가득한 곳으로 변질된 것을 질타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헤롯 성전 역시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무너질 것이라고 예언하셨는데 (마태복음 24:2), 이 예언은 주후 70년 로마 군대에 의해 예루살렘이 함락되면서 그대로 이루어졌습니다.

4. 전환점: 예수 그리스도, 참된 성전

성전의 파괴는 유대인들에게 엄청난 충격이었지만, 성경은 이미 새로운 성전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 참된 성전이 되신다는 것입니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너희가 이 성전을 헐라 내가 사흘 동안에 일으키리라 유대인들이 이르되 이 성전은 사십육 년 동안에 지었거늘 네가 삼 일 동안에 일으키겠느냐 하더라 그러나 예수는 성전된 자기 육체를 가리켜 말씀하신 것이라” (요한복음 2:19-21)

예수님께서는 헤롯 성전을 헐면 자신이 사흘 만에 다시 세우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람들은 건물을 두고 하신 말씀으로 이해했지만,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실 자신의 몸을 가리켜 말씀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이제 하나님을 만나는 길은 더 이상 예루살렘의 특정 건물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열리게 되었습니다. 예수님 자신이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유일한 중보자이자, 하나님의 임재가 온전히 거하는 참된 성전이 되신 것입니다.

5. 확장: 성령의 전, 우리 몸과 교회

예수님의 승천 이후, 성령 강림 사건은 성전의 의미를 더욱 확장시켰습니다. 이제 하나님의 영, 즉 성령께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성도 안에 거하시게 되었습니다.

“너희 몸은 너희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바 너희 가운데 계신 성령의 전인 줄을 알지 못하느냐 너희는 너희 자신의 것이 아니라 값으로 산 것이 되었으니 그런즉 너희 몸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라” (고린도전서 6:19-20)

이 말씀은 놀라운 진리를 선포합니다. 이제 우리 각자의 몸이 바로 '성령의 전', 즉 하나님이 거하시는 성전이라는 것입니다! 더 이상 특별한 건물이나 장소에 가야만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 내주하시는 우리 자신이 바로 움직이는 성전, 살아있는 성전이 된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얼마나 존귀한 존재이며, 우리의 삶을 얼마나 거룩하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줍니다.

 

뿐만 아니라,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성도들의 공동체, 즉 교회 또한 하나님의 성전이라고 말합니다.

“너희도 성령 안에서 하나님이 거하실 처소가 되기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함께 지어져 가느니라” (에베소서 2:22)
“너희는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계시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 (고린도전서 3:16)

개개인의 성도들이 성령의 전이듯, 이들이 함께 모여 이루는 교회 공동체 역시 하나님께서 거하시는 거룩한 성전입니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서로 연결되고 함께 세워져 가는 유기적인 공동체입니다. 이 공동체 안에 하나님께서 임재하시고, 이 공동체를 통해 세상에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십니다.

6. 완성: 새 하늘과 새 땅, 하나님 자신이 성전

성전 이야기의 마지막은 요한계시록에 나타난 새 하늘과 새 땅에서 완성됩니다. 놀랍게도 새 예루살렘 성 안에는 성전이 보이지 않습니다.

“성 안에서 내가 성전을 보지 못하였으니 이는 주 하나님 곧 전능하신 이와 및 어린 양이 그 성전이심이라” (요한계시록 21:22)

궁극적으로 완성될 하나님 나라에서는 더 이상 어떤 건물이나 매개체로서의 성전이 필요 없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 아버지와 어린 양 예수 그리스도께서 직접 자기 백성과 함께 거하시며, 그분 자신이 성전이 되시기 때문입니다. 이는 하나님과의 완전하고 직접적인 교제, 그 어떤 가림막도 없는 온전한 임재의 상태를 의미합니다. 구약의 성막에서 시작된 성전의 개념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전환점을 맞고, 성령 안에서 우리 몸과 교회로 확장되었다가, 마침내 하나님 자신과의 온전한 연합으로 완성되는 것입니다.

결론: 오늘, 우리는 살아있는 성전입니다

성경에서 '성전'의 의미는 이처럼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심화되어 왔습니다. 시작은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유형의 건물(성막, 솔로몬 성전 등)이었지만,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그 의미는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이제 성전은 더 이상 특정 장소가 아니라, 십자가와 부활로 구속의 길을 여신 예수 그리스도 자신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성령께서 내주하시는 우리 각자의 몸과 성도들의 공동체인 교회가 바로 오늘날의 살아있는 성전입니다.

 

이 진리는 우리에게 큰 위로와 동시에 거룩한 책임감을 줍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 거하신다는 사실은 우리가 얼마나 존귀하고 사랑받는 존재인지를 깨닫게 합니다. 동시에, 우리의 몸과 삶을 통해, 그리고 우리가 속한 교회 공동체를 통해 하나님의 거룩하심과 영광을 드러내야 할 책임이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오늘, '나는 하나님의 성전이다'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며, 우리의 말과 행동, 생각 하나하나가 하나님께서 기뻐 거하실 만한 거룩한 산 제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우리의 삶과 교회가 이 땅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보여주는 참된 성전으로 굳건히 서 가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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