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읽다 보면 ‘악(惡)’이라는 단어가 종종 등장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악하다”, “악의가 있다” 등의 표현을 쓰곤 하지만, 성경이 말하는 ‘악’은 조금 더 깊고 본질적인 영역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특별히 성경에서는 “악”이 단순한 행위의 옳고 그름을 넘어서,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곳과 영적 실재를 모두 가리키는 개념으로 다루어집니다. 그렇다면 성경 속에서 말하는 ‘악’이란 무엇이고, 그 의미는 과연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성경의 여러 구절과 맥락을 살펴보며, 이 ‘악’의 개념이 갖는 의미와 우리의 삶에 주는 함의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성경에서 말하는 ‘악’의 기본 개념
성경의 구약과 신약에서 쓰인 원어를 살펴보면, 히브리어로는 “라(רַע)”라는 단어가 ‘악’을 가리키며, 헬라어(그리스어)로는 “카코스(κακός)”, “포네로스(πονηρός)” 등의 단어가 사용됩니다. 이 단어들은 인간이 “하나님께 불순종”하고 “선(善)”이 아닌 상태를 드러낼 때 사용되며, 단순히 올바르지 못한 행동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왜곡된 성향, 곧 ‘하나님과 단절된 상태’ 자체를 가리키기도 하죠.
특히 창세기 6장 5절(개역개정)을 보면, “여호와께서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가득함과 그의 마음으로 생각하는 모든 계획이 항상 악할 뿐임을 보시고”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여기서 볼 수 있듯이, “악”은 사람이 가진 ‘생각과 계획’이 하나님 앞에서 어그러진 상태를 보여줍니다. 그저 누군가를 때리거나 훔치는 ‘나쁜 행위’만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부터 빗나가 있는 상태가 바로 성경이 말하는 악의 근본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구약에서 드러나는 ‘악’의 모습
구약성경 곳곳에서 “악을 버리라”, “악한 길에서 돌이켜라” 등과 같은 표현이 등장합니다. 이는 단순히 특정 죄를 짓지 말라는 외적인 지침을 넘어, 이스라엘 백성 전체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벗어난 상태, 즉 내면의 불순종과 우상숭배의 태도를 버리라는 촉구이기도 합니다.
- 예레미야 17장 9절(개역개정): “만물보다 거짓되고 심히 부패한 것은 마음이라 누가 능히 이를 알리요”
이는 인간의 마음이 근본적으로 하나님을 떠난 상태를 보여주며, ‘악’이란 우리의 행동뿐 아니라 마음의 중심이 부패해진 상태임을 직설적으로 설명합니다. 구약에서 말하는 ‘악’은 결국 하나님이 아닌 다른 대상, 즉 우상이나 세속적인 가치관에 자신을 내맡기는 태도와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 이사야 5장 20절(개역개정): “악을 선하다 하며 선을 악하다 하며 흑암을 빛이라 하며 빛을 흑암이라 하며 쓴 것을 달다 하며 단 것을 쓰다 한다 하니”
‘악’은 옳은 것과 그른 것을 혼동하게 만드는 기만의 힘을 지녔고, 결과적으로 인간이 선과 악을 판별할 능력을 상실하게 만듭니다. 이렇게 왜곡된 시선은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를 병들게 하고, 결국 하나님의 질서와 진리를 대적하게 만듭니다.
3. 신약에서의 ‘악’과 죄의 심화된 이해
신약성경에 이르러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사도들의 서신을 통해, ‘악’이 더욱 심층적으로 다루어집니다. 예수님은 “악”을 외적 행위로만 한정하지 않고, 마음속 생각과 동기까지 아우르는 개념으로 확장하셨습니다.
- 마태복음 15장 19절(개역개정): “마음에서 나오는 것은 악한 생각과 살인과 간음과 음란과 도둑질과 거짓 증언과 비방이니”
예수님은 악한 행위의 근원이 바로 우리의 ‘마음’이라고 하셨습니다. 다시 말해, 신약에서 “악”은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품고 있는 부정적 욕망, 하나님께 불순종하려는 성향, 그리고 이웃을 해치려는 마음의 동기까지 포함합니다. - 로마서 3장 23절(개역개정):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
바울은 ‘모든 사람이 죄인’이라는 선언을 통해, 악이 인간 전부에 보편적으로 스며들어 있음을 말해줍니다. 이는 특정한 누군가만 ‘악’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죄인으로 태어난 인간이라면 누구든지 마음속에 악의 뿌리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 요한일서 1장 8~9절(개역개정): “만일 우리가 죄 없다 하면 스스로 속이고 또 진리가 우리 속에 있지 아니할 것이요 … 만일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면 그는 믿부시고 의로우사 우리 죄를 사하시며 모든 불의에서 깨끗하게 하실 것이요”
여기서도 ‘죄’와 ‘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이 드러납니다. 그러나 동시에 희망적인 메시지가 함께 제시되는데, 곧 우리 안에 내재된 악이라 할지라도 ‘하나님의 용서와 은혜’를 구하면, 용납과 깨끗함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4. ‘악’과 자유 의지: 인간의 책임과 하나님의 계획
성경은 인간이 ‘악’을 행할 때 스스로의 의지와 선택으로 그렇게 한다고 말합니다. 물론 태생적으로 죄성을 갖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우리에게 자유 의지를 부여하셔서 선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신다는 것이 기독교의 관점입니다.
예컨대, 신명기 30장 19절(개역개정)에서 하나님은 “내가 오늘 하늘과 땅을 불러 너희에게 증거를 삼노라 내가 생명과 사망과 복과 저주를 네 앞에 두었은즉 너와 네 자손이 살기 위하여 생명을 택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처럼 선택권은 우리에게 주어져 있고, 우리가 악을 행할 때 그것은 특정한 운명이나 시스템의 결과라기보다, 마음의 결정과 의지를 통해 악을 택한 결과라는 것이죠.
하지만 동시에 성경은 이러한 악에 빠진 사람을 구원하시고자 하는 하나님의 계획을 중요한 주제로 다룹니다. 예언서와 복음서를 통해, 하나님께서는 악으로 물든 세상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으시고, 궁극적으로 선으로 회복하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그 약속의 절정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악과 죄의 결박에서 인류를 해방하시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5. 일상에서 만나는 ‘악’과 그 대처법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불의, 폭력, 거짓, 탐욕 등 다양한 형태의 ‘악’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이는 정치·경제·사회 모든 영역에서 드러나며, 때로는 자신도 모르게 일상 속 작은 선택에서 악에 가담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이러한 ‘악’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1)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기
성경은 끊임없이 “회개”를 강조합니다. 악이란 남의 이야기 같아 보여도, 막상 자신의 마음속에도 그 씨앗이 있음을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는 그런 나쁜 짓은 안 해”라고 지나치게 자신하는 순간, 오히려 악이 교묘하게 스며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하나님의 말씀으로 마음을 새롭게 하기
성경 묵상과 기도는 마음속 악의 뿌리를 뽑아내고, 선으로 채우는 영적 훈련의 과정입니다. 하루하루 말씀을 곱씹고, 기도를 통해 마음을 살피면서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생각과 행동”이 무엇인지 탐구해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3) 악에 동조하지 않고, 선을 행하기
때로는 눈앞의 이익을 위해 거짓을 말하거나, 다른 사람을 해치는 결정을 내릴 유혹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상황적인 편의보다 ‘진리와 정의’를 선택하는 것이 성경적인 자세입니다. “작은 것부터 올바르게”라는 습관이 쌓여야, 악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막고 우리 사회 전체에도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습니다.
4) 영적인 분별력 기르기
성경이 말하는 악은 종종 ‘빛과 어둠’을 혼동하게 만드는 기만의 모습을 띠는데, 그래서 영적 분별력이 중요합니다. 세상 곳곳에서 “이게 선이다”, “이게 옳다”라고 주장하는 메시지를 접할 때, 말씀의 기준으로 이 메시지가 과연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방향인지 점검해야 합니다.
6. 악을 뛰어넘는 ‘사랑’과 ‘하나님의 은혜’
성경의 핵심 메시지는, 우리 모두 악의 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사실과, 동시에 그 어떤 악보다 크신 하나님의 사랑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인간 스스로는 악을 완전히 극복하기 어렵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과 부활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이미 “승리”를 선포하셨습니다. 이는 우리가 악 앞에서 낙심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 요한복음 3장 16절(개역개정):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
이는 죄와 악으로 뒤덮인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결심이자 사랑의 절정입니다. 우리가 악 가운데 있다 해도, 그분이 베푸시는 은혜 안에서 새로운 길이 열립니다. - 로마서 12장 21절(개역개정):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
이 말씀은 단지 소극적으로 악을 피하는 태도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선”을 통해 악에 맞서라는 권면입니다. “사랑”과 “용서”가 결국 악을 꺾는 힘임을 보여줍니다.
7. 우리의 실제 삶에 적용하기
아무리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라도, 매일의 삶 속에서 크고 작은 유혹과 악을 마주합니다. 성경이 말하는 ‘악’은 인간의 본성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것이기에, 교회에 오래 다녔든, 혹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위치에 있든 누구도 그 영향을 피해갈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매 순간 깨어 근신하여(벧전 5:8 참조) 악에 물들지 않도록 힘써야 합니다.
1) 작은 실천에서 시작
거짓말 한 번, 남을 험담하는 말 한 번도 작은 악이 될 수 있습니다. 남을 용서하기 어려운 마음이 곪다 보면, 언젠가는 더 큰 악의 문을 열게 됩니다. 작은 순간부터 양심을 지켜내고, 성령의 도우심을 구해야 합니다.
2) 공동체 안에서의 교정과 지지
교회나 믿음의 공동체에서 형제자매 간에 열린 대화와 교제가 필요합니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그때 서로 지적해주고 바른 길로 인도해주는 과정이 없다면, 악의 구렁텅이에 빠지기 쉽습니다. 성경 말씀 중심으로 권면하고 격려하면서, 각자의 약점을 보완해가는 것이 공동체의 힘입니다.
3) 영적 전쟁과 기도
성경은 우리가 단순히 눈에 보이는 세상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엡 6:12), 영적 존재인 마귀가 끊임없이 악의 세력을 퍼뜨린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기도는 이 영적 전쟁에서 핵심 무기가 됩니다. 자신의 욕망과 마귀의 유혹을 분별하고,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기도가 절실합니다.
4) 사회적 책임과 바른 영향력
악이 개인의 마음속에만 머무르지 않고, 제도나 사회 구조를 통해 확장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부정부패나 거짓 정보 유포, 폭력적 문화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므로 성경적 가치에 근거해 공정과 정의를 지지하고, 사랑과 나눔을 실천함으로써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쳐야 합니다.
8. 결론: ‘악’을 인식하는 것이 곧 새로운 시작
성경은 인간이 스스로 악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가르치면서도, 동시에 희망의 문을 열어둡니다.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롬 12:17 참조), “악을 미워하고 선에 속하라”(롬 12:9 참조)는 말씀은, 우리가 오늘의 현실 속에서도 악에 굴복하지 않고 선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구체적 방향을 제시합니다.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는 여전히 타인을 해치고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고 싶은 욕망, 불신, 시기, 증오 등의 악이 도사리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이 곧 새 출발점이 됩니다. 왜냐하면 성경이 말하듯, 악을 고백하고 하나님 앞에서 마음을 낮출 때, 우리는 비로소 참된 자유와 선의 길로 들어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성경에서 말하는 ‘악’은 단순한 “부정적인 행위”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내면을 지배하고 방향을 왜곡시켜, 하나님과의 관계를 멀어지게 하는 근본적 문제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악을 이길 수 있는 길 또한 제시합니다. 회개와 믿음을 통해 우리 마음속 ‘악’을 마주하고, 선을 선택하며, 하나님의 도움을 구할 때 비로소 우리의 삶은 희망으로 가득 찰 것입니다.
오늘날도 세상 곳곳에서 악이 횡행하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성경이 보여주는 시각은, “이미 선이 궁극적으로 승리를 거두었다”는 확신에 기초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나타난 하나님의 사랑이야말로 악을 뛰어넘는 유일무이한 능력이며, 지금도 수많은 이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잊지 않고, 일상에서 작은 악이라도 늘 경계하며, 선을 향한 발걸음을 내디딘다면, 성경이 전하는 그 깊은 생명의 길을 더욱 풍성히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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