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로마서 14장 17절 말씀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참된 의미를 함께 묵상하고자 합니다. 이 구절은 우리가 신앙생활에서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하나님 나라의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등대와 같습니다. 많은 경우, 우리는 신앙의 본질보다 비본질적인 것에 마음을 빼앗기거나 그것으로 인해 갈등을 겪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도 바울은 이 짧은 구절을 통해 그러한 우리에게 명확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 안에 있는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 (로마서 14:17)
이 말씀을 천천히 곱씹으며 그 의미를 함께 따라가 보겠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무엇이 아닌가'로부터 시작하는 이해
바울은 먼저 하나님의 나라가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이 아니요"라고 선언합니다. 이 말씀의 배경에는 당시 로마 교회 안에 존재했던 음식 규례와 관련된 논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특정 음식을 먹는 것을 꺼렸고, 다른 이들은 모든 음식을 자유롭게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로 교회 공동체 안에 긴장과 갈등이 있었던 것입니다.
- 외적인 규례의 한계: '먹고 마시는 것'은 당시 유대적 전통이나 특정 종교적 관습에서 중요하게 여겨졌던 외적인 규례들을 상징합니다. 물론 이러한 규례들이 그 자체로 악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신앙의 본질이나 하나님 나라의 핵심 가치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 바울의 지적입니다.
-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비본질적인 것들: 오늘날 우리에게도 '먹고 마시는 것'으로 대표될 수 있는 다양한 비본질적인 요소들이 있습니다. 특정한 예배 형식, 교회 내의 직분이나 역할에 대한 지나친 강조, 혹은 개인적인 신앙 습관에 대한 옳고 그름의 판단 등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것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것이 하나님 나라의 본질 자체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바울은 이러한 외적인 문제나 논쟁거리들이 하나님 나라의 중심이 아님을 분명히 함으로써, 우리가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지를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신앙의 여정에서 우리는 종종 길을 잃고 부차적인 것에 매달릴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씀은 우리를 다시 본질로 돌아오게 하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본질: 성령 안에 있는 '의와 평강과 희락'
그렇다면 하나님 나라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바울은 "오직 성령 안에 있는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고 답합니다. 이 세 가지 요소는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으며, 성령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통해 우리 안에서 경험되고 나타나는 하나님 나라의 실제적인 모습입니다.
1. 성령 안에 있는 의 (Righteousness)
여기서 말하는 '의'는 단순히 인간적인 정의감이나 도덕적 올바름을 넘어선 개념입니다.
-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 가장 핵심적인 의미는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입니다. 죄로 인해 깨어졌던 하나님과의 관계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회복되고,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옳다' 인정함을 받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는 우리의 노력이나 공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직 믿음을 통해 주어지는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로마서 3:21-24).
- 성령을 통한 내적 변화: 또한 이 '의'는 성령께서 우리 안에 거하시며 우리를 변화시키시는 역사를 포함합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며 거룩한 삶을 살아가도록 이끄시는 성령의 열매이기도 합니다. 이전에는 죄의 법에 매여 살았다면, 이제는 성령의 법을 따라 살며 의의 열매를 맺는 삶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 단순한 율법 준수를 넘어: 바울이 말하는 '의'는 율법의 조항들을 기계적으로 지킴으로써 얻어지는 외적인 의가 아닙니다. 오히려 마음의 할례를 받고(로마서 2:29), 사랑으로 역사하는 믿음(갈라디아서 5:6)을 통해 나타나는, 하나님께서 인정하시는 참된 의입니다.
이러한 '의'는 하나님 나라의 기초와 같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바르게 정립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평강과 희락을 누릴 수 있게 됩니다.
2. 성령 안에 있는 평강 (Peace)
두 번째 요소는 '평강'입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평강, 즉 '샬롬'은 단순히 갈등이나 분쟁이 없는 상태를 넘어선 훨씬 더 풍성하고 적극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 하나님과의 화평: 가장 먼저, '의'의 결과로 주어지는 하나님과의 화평입니다 (로마서 5:1). 죄로 인해 하나님과 원수 되었던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과 화목하게 된 상태입니다. 이 화평은 우리 마음에 세상이 줄 수 없는 깊은 안정감과 확신을 가져다줍니다.
- 내면의 평화: 또한, 성령 안에서 누리는 내적인 고요함과 평안입니다. 세상의 염려와 두려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중심을 잡는 것입니다. 이는 상황과 환경에 좌우되는 일시적인 감정이 아니라, 우리 안에 내주하시는 성령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초월적인 평화입니다 (빌립보서 4:7).
- 사람들과의 화평: 나아가, 이 평강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나타납니다. 하나님과 화평을 누리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도 화평을 이루기 위해 노력합니다. 로마서 14장의 문맥에서 보면, 음식 문제로 서로 비판하고 판단하던 로마 교회 성도들에게 이 '평강'의 가치는 더욱 중요하게 다가왔을 것입니다. 성령께서는 우리가 서로를 용납하고 사랑하며 하나 되게 하심으로 공동체 안에 평화를 이루어 가십니다.
이 평강은 하나님 나라 백성들이 이 땅에서부터 누리는 하나님 나라의 중요한 특징이며, 동시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표이기도 합니다.
3. 성령 안에 있는 희락 (Joy)
마지막으로 하나님 나라의 본질은 '희락'입니다. 이 희락 역시 세상이 주는 쾌락이나 순간적인 즐거움과는 구별되는, 더 깊고 지속적인 기쁨을 의미합니다.
- 구원의 기쁨: 가장 근원적인 희락은 구원받은 자로서 누리는 기쁨입니다. 죄와 사망의 권세에서 해방되어 영원한 생명을 얻었다는 사실에서 오는 기쁨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누가복음 10:20).
- 하나님과의 교제에서 오는 기쁨: 하나님 아버지와 친밀한 교제를 나누며, 그분의 사랑과 은혜를 경험할 때 우리 마음속에 샘솟는 기쁨입니다. 시편 기자가 "주의 앞에는 충만한 기쁨이 있고 주의 오른쪽에는 영원한 즐거움이 있나이다" (시편 16:11)라고 고백한 것과 같습니다.
-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의 기쁨: 현재의 어려움과 고난 속에서도 장차 임할 온전한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며 갖는 소망에서 비롯되는 기쁨입니다. 이 희락은 역경을 이겨낼 힘을 주며, 우리의 시선을 영원한 것에 고정하게 합니다 (로마서 12:12).
- 성령의 열매로서의 기쁨: 희락은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갈라디아서 5:22). 이는 우리가 의지적으로 만들어내는 감정이 아니라, 우리 안에 계신 성령께서 자연스럽게 맺게 하시는 아름다운 열매입니다.
이처럼 성령 안에서 누리는 의와 평강과 희락은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이며, 하나님 나라의 백성들이 이 땅에서부터 경험하고 증거해야 할 하나님 나라의 실제입니다.
"성령 안에 있는" 것의 중요성
바울은 "의와 평강과 희락"이 "성령 안에 있는" 것임을 강조합니다. 이 표현은 매우 중요합니다.
- 인간의 노력이 아닌 성령의 역사: 의도, 평강도, 희락도 인간의 노력이나 수행, 혹은 어떤 특별한 자격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직 성령 하나님의 내주하심과 역사하심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의로워지려 하거나, 억지로 평화를 만들거나, 거짓된 기쁨을 가장할 필요가 없습니다. 성령께서 우리 안에서 이 모든 것을 이루어 가십니다.
- 지속적인 의존: 이는 우리가 지속적으로 성령님을 의지하고 그분의 인도하심에 순종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성령 충만함을 구할 때, 우리는 더욱 풍성하게 하나님 나라의 의와 평강과 희락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 참된 신앙의 표지: 따라서 진정한 신앙생활은 외적인 형식이나 규례 준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성령 안에서 이러한 내적인 변화와 열매를 맺는 삶으로 나타납니다.
우리에게 주시는 메시지
로마서 14장 17절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 신앙의 본질에 집중하라: 우리는 너무나 쉽게 신앙의 비본질적인 문제로 논쟁하고 분열하며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이 말씀은 우리에게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합니다. 하나님 나라의 핵심은 외적인 규율이나 형식이 아니라, 성령 안에서 경험하는 의와 평강과 희락입니다.
- 내면의 변화를 추구하라: 신앙은 겉모습의 변화가 아니라 내면의 변화에서 시작됩니다. 성령께서 우리 마음과 생각을 새롭게 하시고, 우리 삶 속에 의와 평강과 희락의 열매를 맺으시도록 우리 자신을 내어드려야 합니다.
- 교회 공동체의 참된 모습: 교회는 단순히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가 아니라, 성령 안에서 의와 평강과 희락을 함께 누리고 나누는 하나님 나라의 공동체여야 합니다. 서로를 판단하고 정죄하기보다, 서로를 세우고 격려하며 함께 이 가치들을 추구해야 합니다.
로마서 14장 17절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신앙의 방향을 명확히 제시합니다. 먹고 마시는 것과 같은 부차적인 문제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성령 안에서 하나님이 주시는 참된 의와 평강, 그리고 기쁨을 누리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서부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어야 할 것입니다. 이 말씀을 마음에 깊이 새기고, 날마다 성령 안에서 하나님 나라의 풍성함을 경험하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성령의 숨결 따라
세상의 소리 요란하여
마음 둘 곳 찾지 못할 때
주님 말씀 들려오네
하나님 나라 참 모습
먹고 마시는 규례 너머
형식과 논쟁의 옷 벗고
성령의 숨결 따라 피어나는
의로움, 평화, 그리고 기쁨
메마른 땅에 단비처럼
성령이 임하시어
굳은 마음 녹이시고
새 생명 싹트게 하시네
하나님 앞에서의 의로움
그것이 우리 삶의 반석
세상 흔들어도 굳건하며
영원한 소망 품게 하네
분주한 세상 시름 잊고
주님 주시는 평화 안에
참된 안식 누리어라
강물처럼 흘러 넘치리
환경 넘어 솟아나는
하늘로부터 온 기쁨
슬픔 이기고 찬양하며
감사의 노래 부르리라
성령이여, 오늘도 이끄소서
의와 평강과 희락의 길로
하나님 나라 살아가며
주님의 빛 비추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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