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역이라는 단어를 성경에서 마주칠 때마다 저는 ‘교회 봉사’ 정도로만 이해하던 옛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본문을 깊이 읽다 보면 사역은 단순 활동을 넘어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총체적 섬김’이라는 더 넓은 개념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히브리어와 헬라어 원어, 구약·신약 구절, 그리고 신학적 흐름을 따라가며 사역의 의미를 살펴보려 합니다.
1. 구약의 ‘사역’: 예배와 노동이 만나는 자리
1) עֲבֹדָה(아보다): 노동‧예배‧섬김의 세 얼굴
출애굽기에서 이스라엘이 “여호와를 섬기게 하라”고 요구할 때 쓰인 단어가 바로 아보다입니다. 이 말은 농사·토기 제작 같은 ‘일’을 가리키면서도, 성막 제사에서 ‘예배’ 의미까지 품습니다. 저는 여기서 사역이 곧 ‘예배적 노동’이라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하나님 앞에 드리는 모든 수고가 예배가 될 수 있다는 통전적 관점이죠.
2) שָׁרַת(샤라트): 가까이에서 돌보는 섬김
레위인들이 성막 기물을 관리할 때 사용된 샤라트는 ‘시중을 들다, 보좌하다’라는 뉘앙스입니다. 왕을 모시는 내시처럼, 하나님을 가장 가까이서 섬기는 특권적 임무를 가리킵니다. 사역이 가진 친밀성과 헌신의 깊이를 보여 줍니다.
2. 신약의 ‘사역’: 복음과 공동체를 위한 헌신
1) διακονία(디아코니아): 식탁에서 시작된 복음 사역
사도행전 6장, 예루살렘 교회는 ‘구제의 디아코니아(식사와 생필품을 나누는 사역)’가 원활하지 못해 헬라파 과부들이 소외당했습니다. 사도들은 기도와 말씀 사역에 집중하고, 일곱 집사를 세워 식탁 사역을 맡깁니다. 저는 여기서 사역의 핵심이 ‘필요를 살피고, 체계를 세우며, 은사를 따라 역할을 분담하는 것’임을 배웁니다.
2) λειτουργία(레이투르기아): 하나님과 이웃을 향한 공적 섬김
헬라 사회에서 레이투르기아는 시민이 공동체 운영비를 자원해 부담하는 ‘공적 봉사’를 뜻했습니다. 신약은 이 말을 예배와 자선, 선교 전반에 적용합니다. 예를 들어 고린도후서 9장은 구제 헌금을 레이투르기아로 부르며, 물질 나눔도 거룩한 예배 행위임을 선포합니다.
3. 사역의 신학적 층위
1) 소명: 누가 사역자인가?
저는 ‘사역자’가 목회자만을 가리킨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베드로전서 2장은 모든 성도를 “왕 같은 제사장”이라 부르며, 각자가 거룩한 사역자로 부르심받았음을 밝힙니다. 즉, 은사·직분·배경과 무관하게 ‘하나님의 은혜를 맡은 청지기’가 되는 것입니다.
2) 섬김: 권력 아닌 봉헌
예수님은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함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여기서 사역의 권위가 ‘지위’가 아니라 ‘십자가적 나눔’에서 흘러나온다는 사실을 묵상합니다. 힘이 아니라 겸손, 명령이 아니라 희생이 사역의 방식입니다.
3) 공동체: 몸 된 교회의 유기적 협력
고린도전서 12장은 교회를 ‘몸’으로 비유합니다. 손·발·눈·귀가 서로 다른 기능을 하지만, 하나의 생명으로 움직입니다. 사역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는 글쓰기로, 어떤 이는 음악으로, 또 어떤 이는 재정관리로 섬깁니다. 각각의 디아코니아가 연결될 때, 교회는 세상을 향해 복음을 선명히 드러냅니다.
4. 원어별 ‘사역’ 비교 표
원어 | 언어 | 직역 의미 | 대표 구절 | 핵심 특징 |
---|---|---|---|---|
עֲבֹדָה(아보다) | 히브리어 | 노동, 예배 | 출 3:12 | 예배적 노동 |
שָׁרַת(샤라트) | 히브리어 | 시중, 봉사 | 레 10:6 | 친밀한 돌봄 |
διακονία(디아코니아) | 헬라어 | 식탁, 봉사 | 행 6:4 | 필요 맞춤 섬김 |
λειτουργία(레이투르기아) | 헬라어 | 공적 봉사 | 고후 9:12 | 예배+사회책임 |
5. 현대적 적용: 일상에서 사역을 실천하는 세 가지 길
1) 은사를 발견해 전문성을 키운다
사역은 재능을 억누르는 고행이 아닙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주신 글쓰기·기획 능력을 훈련해 블로그로 섬깁니다. 당신도 음악, 상담, IT 등 고유 은사를 발전시켜 사역 지평을 넓힐 수 있습니다.
2) 작은 필요에 손을 내민다
디아코니아가 출발한 곳이 ‘식탁’이었음을 기억합니다. 주보를 접고, 온라인 예배 자막을 달고, 공동 식사비를 나누는 사소한 섬김이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듭니다.
3) 사역과 생업을 분리하지 않는다
아보다가 보여주듯, 밭을 갈고 회사를 다니는 일조차 하나님께 드리는 거룩한 예배가 될 수 있습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이 사역 현장입니다.
맺음말: 사역은 삶이다
사역은 직함이 아니라 정체성입니다. 예배당이 아니라 삶의 모든 현장에서, 예배 시간이 아니라 하루의 모든 순간에 이어집니다. 저는 오늘도 글을 쓰며, 누군가는 환자를 돌보며, 또 다른 이는 가정을 지키며 자신에게 맡겨진 사역을 완수합니다. ‘섬김 받으려 함이 아니라 섬기려’ 오신 주님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여정, 그것이 성경이 말하는 사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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