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성경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 - 로마서 12장 21절의 메시지

일하루 2025. 4. 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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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서 12장 21절에서 사도 바울은 짤막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 구절을 읽을 때마다 저는 문장 하나에 담긴 깊은 의미에 놀라곤 합니다.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 이 말씀은 단순히 ‘좋은 일을 하라’는 차원이 아니라, 그 이면에 내포된 바울의 신앙 고백과 결단을 담고 있습니다. 로마서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바울은 초대 교회의 여러 문제와 갈등, 더 나아가 믿음 안에서 살아가는 자들에게 필요한 방향을 여러 구절에서 제시합니다. 그중에서도 로마서 12장은 믿음의 실천적 모습과 공동체 안에서 지녀야 할 태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장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구체적인 삶의 적용이나 실천보다는, 로마서 12장 21절 그 자체가 전하는 메시지의 핵심을 이해하기 위해 집중해보고자 합니다. 저 역시 이 구절을 자세히 곱씹어 볼 때마다 그 문맥과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곤 합니다. 바울은 왜 “악에게 지지 말라”고 말했을까요? 그리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말이 담고 있는 본질은 무엇일까요?

“악에게 지지 말라”의 의미

먼저 “악에게 지지 말라”는 명령어를 살펴보면, 단순히 ‘나쁜 행동’이나 ‘도덕적으로 잘못된 일’에 동조하지 말라는 정도를 넘어선 의도가 있음을 느낍니다. 바울이 살던 시대는 신앙을 지키는 일이 녹록치 않았고, 로마 당국의 탄압 혹은 주변 문화와 충돌하는 현장이었습니다. 믿는 이들은 종종 신앙 때문에 박해받고, 심리적·육체적 시련을 겪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악에게 지지 말라”는 말은, 눈에 보이는 강압이나 폭력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뜻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영적인 영역에서도 악의 세력에 동화되지 않음을 선포하는 언어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즉, 눈앞에 당장 어려움이나 위협이 있을지라도, 내면까지 그 악에 포섭당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선으로 악을 이기라”의 본질

이어지는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명령은 “악에게 지지 말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완결된 표현입니다. 단순히 악을 거부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오히려 ‘선’이라는 적극적인 무기를 사용해 악을 무효화하거나 제압하라고 가르칩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선’은 개인적인 착함이나 사회적 통념에서 말하는 선행을 넘어, 궁극적으로는 하나님께서 제시하시는 의와 사랑, 그리고 진리의 성격을 가리킵니다. 바울이 전한 복음의 핵심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적 사랑과 구원의 은혜가 자리 잡고 있는데, ‘선으로 악을 이긴다’는 것은 그 사랑과 은혜의 실체가 곧 악의 영향력보다 훨씬 더 크고 능력이 있음을 드러내는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실과 신앙의 긴장 속에서

이 구절은 한편으로 굉장히 이상적이고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실제 현실은 악이 강해 보이고, 선이 미약한 경우가 많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바울이 전하고자 한 바는, 결국 악이 아무리 강력해 보여도 하나님의 섭리와 진리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신앙적 확신입니다. 선이란 인간의 작은 노력이나 도덕적 성취를 뛰어넘어, 하나님이 본래 창조하신 질서와 의를 가리키므로, 그 힘이 악보다 근본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말씀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동시에 이 말씀은 독자들에게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절대적인 요청으로 다가옵니다. 매 순간마다 선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무심코 악에게 지고 말 것인가. 그러나 이런 선택의 장면을 단순히 도덕적 이분법으로 이해하기보다는, 바울이 로마서 전반에서 말한 은혜와 믿음의 토대 위에서 바라보아야 합니다. 여기서 선이란 하나님이 베푸시는 은혜의 결과이며, 믿음 안에 있는 자들이 공유하는 새로운 생명의 가능성을 지칭합니다. 그 안에서 가능한 ‘승리’는 인간적인 힘으로 얻는 승리가 아니라, 결국 그리스도의 사랑이 악을 넘어서는 최종적인 힘을 지녔음을 확인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대를 초월한 진리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말은 여러 해석의 여지를 남깁니다. 시대나 문화가 바뀌어도, 바울이 강조한 핵심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한 인간 바울의 생각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시는 거룩한 진리에 근거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초대 교회의 성도들에게는 박해와 칡별, 오해와 수많은 갈등 속에서 이 말씀이 위로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선을 붙들고 스스로 선이 되려 하기보다, 악을 제압하고 넘어서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믿음으로 의지함으로써 이 말씀의 진수를 체험했을 것입니다.

 

이처럼 로마서 12장 21절의 메시지는 간결하면서도 성경 전체의 구원론적·윤리적 가르침을 함축적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이 문장은, 스스로의 결심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시는 선의 능력을 신뢰하게 만드는 신앙의 초대장처럼 느껴집니다. 바울은 이 한 구절로, 우리에게 악의 실체를 직시하되 두려워하지 않고, 선을 단순히 착함이 아닌 신성(神聖)의 구현임을 깨닫도록 가르칩니다. 그것은 인간의 눈으로 볼 때 연약해 보일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 승리하는 힘이며, 하나님이 친히 창조하신 ‘좋음’의 회복을 의미합니다.

로마서 12장의 흐름 속에서

로마서 12장 후반부의 흐름을 살펴보면, 바울은 개인적 원수 갚음이나 보복보다는 하나님께 모든 심판을 맡기라고 권면합니다. 그리고 서로 사랑하고 화평을 추구하는 것이 믿음의 사람들에게 주어진 부르심임을 상기시킵니다. 그러면서도 오늘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21절은 악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고, 그 악을 대항하는 분명한 태도를 보여주도록 이끕니다. 눈앞의 폭력이나 부조리를 가볍게 보라는 말이 아니라,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선의 진정한 힘을 인식하라고 강조하는 것입니다.

 

이 말씀을 읽고 있으면, 선이 단순히 말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영적·본질적 차원에서 악을 능가하는 권능을 지녔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바울은 그 권능이 한 사람의 완벽한 노력에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미 준비하신 구원의 통로에서 비롯된다고 선언합니다. 그래서 선은 인간의 마음속에서 가냘프게 피어오르는 정도가 아니라, 신성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강력한 빛처럼 악을 소멸시키며 동시에 우리를 굳건히 세워 줍니다.

신앙의 핵심 원리

이처럼 짧은 한 구절에 담긴 메시지는 신앙의 핵심 원리를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바울의 선포는 성경의 다른 부분과도 일맥상통하며, 하나님이 이루시는 역사의 큰 맥락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 말씀의 배경을 이해하고 의미를 되새길 때, 우리 안에 새겨진 믿음의 뿌리가 더욱 튼튼해진다는 점을 느낍니다.


어둠 속에 비추는 불빛

작은 불빛 하나가
깊은 밤을 꿰뚫고 서서
어둠의 허상을 걷어 내듯
숨죽인 악의 그림자 위로
빛의 길을 열어 보입니다

 

가장 연약해 보이는 순간에
가장 강렬히 피어나는 선의 숨결
그것이 잠든 어둠을 이기는
고요한 승리의 외침이 됩니다

 

밤이 깊어도 그 빛은 사그라들지 않고
메마른 마음 사이사이에 물처럼 스며들어
결국 악을 녹여내는
영원한 생명의 이정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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