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성경

시편 112:7 – 두려움 너머로 마음을 세우다

일하루 2025. 4. 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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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흉한 소문을 두려워하지 아니함이여
그 마음이 견고하여 여호와를 의뢰하도다.

 

시편 112편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이 누리는 내적 복을 조용히 펼쳐 보여 줍니다. 그 중심에 자리한 7절은 불안정한 세상 속에서 흔들림 없는 마음을 묘사하며, ‘흉한 소문’과 ‘견고한 마음’이라는 두 개의 이미지를 대비시켜 줍니다. 오늘 저는 이 한 절이 전하는 메시지를 천천히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1. ‘흉한 소문’—귀로 파고드는 두려움의 씨앗

본문에서 ‘흉한 소문’(שְׁמוּעָה רָעָה,셔무아 라아)은 문자 그대로 ‘나쁜 소식’ 혹은 ‘재앙의 소식’을 뜻합니다. 고대 이스라엘 사회에서 소문은 공동체 전체를 움직이는 강력한 매체였습니다. 전쟁 패배, 기근, 역병과 같은 재난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때 사람들의 마음은 한순간에 요동쳤습니다. 시인은 그러한 외부 정보가 지닌 파괴력을 잘 알고 있기에, 먼저 현실적인 공포의 정서를 정면으로 제시합니다.

2. ‘두려워하지 아니함’—반응의 부재가 아닌 태도의 선택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표현은 감정이 사라졌다는 선언이 아닙니다. 히브리어 ‘לֹא יִירָא’(로 이라)는 의지적 거절의 뉘앙스를 지닙니다. 불안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불안을 통제하는 사람을 그리고 있는 것입니다. 시편 기자는 두려움이라는 본능적 반응을 억누르거나 부정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 감정을 다른 무엇, 곧 ‘여호와를 의뢰함’으로 전환합니다.

3. ‘마음이 견고하여’—흔들림 없는 내적 구조

‘견고하다’(כּוֹנָן,코난)는 ‘잘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는다’는 의미의 건축 용어입니다. 성벽의 기초석처럼, 마음 깊은 곳에 든든히 자리 잡은 신뢰를 시각적으로 묘사합니다. 흉한 소문이 폭풍이라면, 견고한 마음은 폭풍 속에서 미동도 없는 바위입니다. 여기서 시편 기자가 말하는 견고함은 무감각이나 완고함이 아니라, 신앙적 확신에서 비롯된 안정성입니다.

4. ‘여호와를 의뢰하도다’—관계적 신뢰의 종착점

이 절의 절정은 ‘여호와를 의뢰한다’는 선언입니다. 히브리어 ‘בָּטַח’(바타흐)는 ‘의지하여 몸을 기대다’라는 동작을 떠올리게 합니다. 다시 말해, 시인은 단순히 하나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차원을 넘어, 전 인격을 하나님께 기대고 있는 상태를 묘사합니다. 이 신뢰는 지식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선택의 결과입니다. 흉한 소문이 마음을 두드릴 때마다, 그는 의식적으로 하나님께 몸을 기댑니다.

5. 문맥 속에서 바라본 112편의 구조

시편 112편은 알파벳 순서로 진행되는 ‘아크로스틱’ 구조를 지니고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경외’와 ‘신뢰’를 한 줄로 꿰어 갑니다. 7절은 시 전체의 후반부에 위치해, 앞에서 열거된 복들—재물, 후대의 번성, 빛의 약속—이 흔들리지 않는 근거를 제공해 줍니다. 결국 모든 복의 토대는 하나님을 향한 확고한 신뢰임을 강조하는 자리라 할 수 있습니다.

6. 시편 112편과 111편의 연결고리

흥미롭게도 시편 111편과 112편은 쌍을 이루어, 전자는 ‘하나님의 성품’을, 후자는 ‘그 성품을 닮은 사람’을 노래합니다. 111편에서 ‘그의 의’가 영원히 서 있다고 선포된 후, 112편에서는 ‘그 사람의 의’가 영원히 서 있다고 반복됩니다. 따라서 7절의 ‘견고한 마음’은 단순히 개인의 심리적 안정이 아니라, 하나님의 변함없는 성품을 닮아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열매로 읽을 수 있습니다.

7. 오늘의 본문이 주는 핵심 메시지

· 외부 환경은 언제든 불안 요인을 제공한다.
· 두려움은 자연스럽지만, 그 두려움을 다루는 방식은 선택이다.
· 하나님께 대한 신뢰는 감정의 회피가 아닌, 감정의 방향 전환이다.
· 견고한 마음은 하나님을 닮아 가는 삶 속에서 형성된다.

8. 결론—두려움과 신뢰 사이에 선 시인의 고백

시편 112:7은 불확실성이 일상인 세대에게 여전히 깊은 울림을 줍니다. 흉한 소문이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마음을 어디에 고정할지에 대한 질문은 더욱 절실해집니다. 시인은 ‘여호와를 의뢰하라’고 명령하지 않습니다. 대신 자기 고백을 통해 ‘두려움 속에서도 하나님께 기대는 삶’이 어떤 내적 견고함을 낳는지 보여 줍니다. 그 담담한 고백이 독자의 마음에도 잔잔한 울림으로 번져 가길 소망합니다.


흔들림 없는 자리

바람은 소문을 타고
골목 끝까지 밀려오지만

 

돌계단 한 귀퉁이에
나는 고요히 등을 기대네

 

흙먼지가 두 눈을 스쳐도
심장은 묵묵히 박동을 세고

 

물결은 성벽을 두드려도
돌은 그 자리에 머무르듯

 

두려움이 한 발짝 물러서는
견고한 숨, 그 깊은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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