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4:1은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라는 짧은 문장으로 우리에게 전해집니다. 이 한 구절은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나누신 대화 중 일부로, 곧 다가올 일들(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을 앞두고 제자들에게 들려주신 말씀입니다. 이 짧은 문장은 단순한 위로의 차원을 넘어,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독특한 초대’라는 점에서 성경 속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요한복음 14장은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작별을 준비시키는 긴 대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안에서 예수님은 자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앞으로 닥칠 상황이 어떠한 모습일지를 넌지시 알리시며, 동시에 그들이 두려움과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여러 가지 말씀을 건네십니다. 이런 맥락에서 14장 1절은 그 모든 이야기를 여는 핵심 문장으로, 제자들이 직면하게 될 불안과 의심을 가라앉히는 출발점이 됩니다.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라는 명령어는 당시 제자들의 상태를 잘 보여줍니다. 예수님께서 세상 끝까지 함께 계실 것처럼 보이던 상황이 갑작스레 바뀌게 되었고, 예수님의 죽음과 그 이후에 대한 징조는 그들에게 크나큰 당혹감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또 예수님을 따라다니면서 직접 기적과 가르침을 체험했던 제자들이라 해도,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 앞에서는 동요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예수님은 먼저 “근심하지 말라”라는 명백한 청유 혹은 명령으로 제자들의 감정을 일깨워 주십니다. 이는 평범한 위로나 권고가 아니라, 곧이어 이어지는 ‘믿음’에 대한 요구와 함께 제자들의 영적 태도를 분명히 잡아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어지는 말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는 보다 큰 해석의 장을 열어줍니다. 구약 시대부터 이스라엘 백성은 여호와 하나님을 섬기는 믿음을 지녀 왔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이후, 믿음의 대상에 ‘하나님 + 예수님’이라는 구조가 새롭게 부각됩니다. 제자들은 이미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하나님의 뜻에 따라 움직이시는 분이라는 가르침을 여러 차례 들어왔습니다. 요한복음 14:1에서는 바로 그 핵심이 확실히 드러납니다. 기존에 ‘하나님을 믿는다’는 신앙고백을 해오던 이들에게 예수님 스스로를 동일 선상에 놓아, “하나님을 믿고 있듯이 나도 믿어라”라고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이 장면에서 “믿음”이라는 단어가 고조되는 이유는, 곧 일어날 예수님의 체포와 십자가 사건이 겉으로 보기에는 제자들에게 절망감과 혼돈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오랫동안 따르던 스승이 고난을 당한다는 사실은, 어느 모로 보나 ‘믿고 의지하던 그 분의 길에 큰 균열이 생긴 것 같은’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제자들의 시선이 그 사건 자체에만 머무르지 않고, 하나님의 주권과 예수님과의 긴밀한 연합에 계속 집중하도록 이끄십니다.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는 이 간단해 보이는 문장이 성경 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하나님께 대한 믿음과 떨어져 있지 않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요한복음은 전체적으로 “예수님이 곧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이 땅에 오신 말씀이시다”라는 주제를 시종일관 다루고 있습니다. 그 흐름 안에서 요한복음 14:1은 예수님의 인격과 권위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문맥을 형성합니다. 제자들은 이미 여러 기적과 표적을 통해 예수님의 권능을 목격했으나, 예수님의 죽음이라는 극단적 사건 앞에서 충분히 흔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격려 “근심하지 말라”는 그들의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말이자, 동시에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는 결정적 선언으로 이어지며 제자들의 신앙 고백을 재정비하게 만듭니다.
또한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선포하실 때에는, 단순히 상황적인 두려움만을 염두에 두신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모두 포함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제자들은 예수님 부재 이후, 어떠한 길로 나아가야 할지 또 얼마나 많은 핍박과 고난을 마주해야 할지 예측조차 어려웠을 것입니다. 요한복음 14:1은 그러한 모든 미지의 영역을 향해, 믿음의 초점을 더욱 선명하게 하려는 예수님의 의도를 보여줍니다. 제자들이 겪고 있는 갈등이나 고민이 결코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하나님께서는 모든 것을 다스리고 계시며, 예수님은 그분의 공의와 사랑을 완전히 보여주시는 분”이라는 사실이야말로 흔들리지 않는 토대가 된다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성경에서 “근심”과 “믿음”이 함께 언급되는 장면은 요한복음 14:1뿐만이 아닙니다. 여러 책과 장에서 “두려워 말라” “걱정하지 말라”와 같은 표현이 반복됩니다. 이는 인간의 본성상 근심이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신실함과 예수님의 주권을 바라보라는 성경의 일관된 메시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요한복음 14장 내에서 예수님이 특별히 “하나님을 믿는다”는 표현을 제자들의 현재 진행형 상태로 전제하고, 그 믿음이 자신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져야 한다고 선언하셨다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곧 “너희가 지금까지 하나님을 신뢰해 왔듯이, 동일하게 나를 신뢰하라”는 뜻이 되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요한복음 14:1은 예수님께서 공생애 마지막 시점에 남기신 말씀들 중에서도, 제자들에게 ‘마음의 중심을 지키라’고 촉구하는 핵심 구절로 자리합니다. ‘근심하지 말라’는 말이 어떤 감정이나 생각을 억누르라는 지시가 아니라, 앞으로 벌어질 일들의 범위를 넘어서는 더 큰 권위에 눈을 돌리라는 요청임을 짚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자기 자신을 ‘하나님을 믿는 그 믿음’과 동일한 대상으로 제시함으로써, 제자들에게 앞으로 있을 거대한 격변도 의미가 되고 지지될 수 있음을 보여주십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말씀의 초점이 제자들 안에 자리한 ‘두려움’을 굳이 부정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두려움과 근심 자체가 인간의 나약함이나 잘못이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예수님은 “너희가 근심할 수밖에 없는 그 자리에 내가 있음을 기억하라.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아시고 돌보신다는 사실, 그리고 나 또한 그 하나님과 함께 있음을 알고 나를 믿으라”라고 요청하신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인간의 의지로 마음을 다잡는 과정과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입니다. 예수님 자신의 신분과 그분이 보여주실 일들을 통해 근심보다 훨씬 더 큰 ‘실재’를 바라보라는 뜻입니다.
요한복음 14:1은 그래서 개인의 심리적 안정을 말하기 이전에, 예수님의 존재와 그의 신적 권위, 그리고 하나님과의 깊은 연합을 확립하는 기초에 관한 메시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한 구절 안에 담긴 명령과 요청은 곧, 제자들의 흔들리는 마음을 ‘하나님과 예수님께 대한 믿음’이라는 하나의 축으로 단단히 붙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이 구절은 오늘날에도 성경을 읽는 이들에게 예수님이 어떤 분이시며, 그분이 하나님을 어떻게 드러내는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듭니다. 단순한 심리적 위로가 아니라, 믿음의 대상으로서 예수님을 하나님과 함께 동일선상에 두는 이 강력한 선포가 요한복음 전반의 신학적 주제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요한복음 14:1에 나타난 예수님의 말씀은 제자들에게만 해당되는 특정 시점의 ‘안심 선언’이라기보다, 성경 전체에서 예수님이 누구이신가를 가장 선명히 보여주는 중대한 장면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 말씀이 오늘날 성경을 펴고 있는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회자되는 이유는, 예수님을 바라보는 모든 이에게 ‘근심하지 않을 수 있는’ 토대를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구절은 막연히 두려움을 없애주는 기원(祈願)과는 다릅니다. 오히려 예수님이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고 말씀하심으로써, 신앙의 중심축을 명료하게 세워 주신다는 점에 궁극적인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흔들림 사이에서 찾아온 길
그리운 바람 속
숨결로 들리는 말씀
근심에 잠긴 한숨 끝에
마침내 들려오는 속삭임
그 소리는 하늘과 닮았고
그분과 함께 있는 눈빛으로
나를 향해 부드럽게 내립니다
흔들림 사이에서 찾아온 길이라 부르렵니다
오늘도, 빛은 그 길을 가리키고
눈길은 그 말씀을 따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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