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소서 4장 32절은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서로 친절하게 하며, 불쌍히 여기며, 서로 용서하기를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너희를 용서하신 것 같이 하라."
이 구절은 단순한 교훈이나 윤리적 권면을 넘어, 하나님이 인간에게 베푸신 구원과 용서의 근본적인 의미를 압축해 보여주는 말씀이다. 성경이 전하는 핵심 가치 중 하나인 '용서'와 '긍휼'을 통해, 하나님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연결되고 회복되는지를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한다.
1. '서로 친절하게 하며' – 친절의 신학적 의미
성경에서 '친절'로 번역된 헬라어 ‘크레스토이’(χρηστοί)는 단순한 예의범절을 넘어서, 상대를 향한 진심 어린 선의와 사랑을 포함하는 의미를 가진다. 이 단어는 하나님께서 죄인에게 베푸시는 선하심과도 같은 뿌리를 가진다. 따라서, 단순히 좋은 말 한마디, 친절한 행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존재 자체를 존중하고 귀하게 여기는 하나님의 태도를 닮아가는 것이 포함된다.
이는 단순히 인간적 도덕성에 머물지 않고,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흘러나오는 태도임을 구절의 흐름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성경은 언제나 인간이 하나님께 받은 사랑과 은혜를 다른 사람에게 흘려보내는 것을 강조한다. 친절함 또한 그 흐름의 일부이며, 하나님께서 먼저 친절로 우리를 대하셨기에 우리도 그 친절함을 실천해야 한다는 말씀이다.
2. '불쌍히 여기며' – 긍휼의 성경적 뿌리
불쌍히 여기라는 말씀에 사용된 단어는 '유스플랑크노이' (εὔσπλαγχνοι)로, 직역하면 '창자가 움직일 정도로 깊은 연민'이라는 뜻이다. 성경에서 긍휼은 단순한 동정심이 아닌, 상대의 아픔과 고통을 깊이 공감하며 그 고통을 덜어주려는 적극적 사랑이다.
이 단어는 특히 신약에서 예수님께서 병자와 죄인들을 바라보실 때 사용된 표현으로, 하나님의 마음과 깊은 연결을 가진다. 예수님의 긍휼은 단순히 연민의 감정에 그치지 않고, 죄를 용서하고 육신의 질병까지 치유하는 전인적 구원으로 나타났다.
에베소서 4:32에서 바울이 '불쌍히 여기라'고 권면한 것은, 인간끼리의 얕은 동정보다 훨씬 깊은 차원의 긍휼을 요청하는 것이다. 이것은 하나님이 인간을 향해 갖고 계신 마음을 본받으라는 말씀이며, 하나님께 받은 긍휼을 기억하고 그 긍휼을 서로에게 베풀라는 의미다.
3. '서로 용서하기를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너희를 용서하신 것 같이 하라'
에베소서 4:32의 핵심은 바로 이 후반부에 있다. 용서라는 주제는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메시지이다. 여기서 '용서하다'로 번역된 단어는 '카리조마이' (χαρίζομαι)로, 단순한 법적 사면이나 면죄를 넘어서 '은혜로 베푸는 선물'이라는 의미를 포함한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용서하신 것은 단순한 죄의 취소가 아니라, 그분의 은혜와 사랑을 우리에게 베푸신 선물이다. 이처럼, 바울은 인간들 사이의 용서도 하나님의 용서를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구절에서 주목할 것은 '그리스도 안에서'라는 표현이다. 하나님은 그리스도 안에서, 즉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을 통해 우리를 용서하셨다. 이는 하나님이 값없이 용서하신 것이 아니라, 그 용서를 위해 하나님 자신이 가장 소중한 아들을 내어주신 희생을 감당하셨다는 뜻이다.
인간의 용서도 마찬가지로, 결코 가볍거나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로는 자기 희생과 감내가 필요한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하나님의 용서를 경험하고 체험하게 되는 은혜가 주어진다.
4. 하나님이 주도하신 용서의 흐름
에베소서 4:32는 인간 사이의 윤리적 덕목을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하나님께서 인간을 향해 먼저 베푸신 용서의 역사를 상기시키는 구절이다.
하나님은 죄로 인해 멀어진 인간을 불쌍히 여기시고, 친절하게 대하시며,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용서하셨다. 바울은 이 하나님의 구원의 흐름을 우리 인간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하라고 권면한다.
결국, 에베소서 4:32는 기독교 신앙의 본질인 '하나님의 사랑과 용서'를 인간 관계 속에서 살아내라는 초대이자, 하나님의 구원 역사에 동참하라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말씀이다.
사랑의 강이 흐르리라
한 사람의 마음에
작은 돌멩이 하나 던져지면
파문이 번지듯
친절과 긍휼과 용서도
그렇게 번져가리라
하나님의 손길 안에
먼저 품어진 그 사랑
세상의 가장 낮은 자리까지
따스히 스며들리라
서로의 눈빛에
그 은혜가 머물고
서로의 손끝에
그 자비가 흐르리라
하늘에서 내린 용서의 비
가장 깊은 땅을 적시는 날
우리 사이에
사랑의 강이 흐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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