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녀들아 내가 이것을 너희에게 씀은 너희로 죄를 범하지 않게 하려 함이라 만일 누가 죄를 범하여도 아버지 앞에서 우리에게 대언자가 있으니 곧 의로우신 예수 그리스도시라"
요한일서는 사도 요한이 공동체에게 전하는 편지 형식의 글로, 신약성경 속에서 믿음의 핵심을 간결하면서도 따뜻하게 풀어내는 특징을 지닌다. 그중 2장 1절은 죄의 문제와 예수 그리스도의 중보(中保,)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신앙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바를 한층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 구절은 ‘죄에 대하여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가 신자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1. 요한일서 2:1 원문의 흐름
원문을 살펴보면, 사도 요한은 독자들을 “나의 자녀들아”라는 표현으로 부르며 시작한다. 이는 사도 요한이 독자들을 친밀하게 여기며, 동시에 영적으로 보살피는 아버지 혹은 스승의 마음을 담아 그들에게 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헬라어 원문으로 보면 “τεκνία μου(테크니아 무)”라는 단어가 사용되는데, 이는 글자 그대로 '어린 자녀들' 혹은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의미한다. 이런 표현은 요한이 단지 교리적 지식 전달을 넘어, 영적 양육자와 같은 책임감을 갖고 독자들을 격려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어지는 내용에서 요한은 “이것을 너희에게 쓰는 것은...”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이것’은 앞서 1장에서 언급된 죄와 빛, 어둠에 대한 논의를 포함하며, 독자들에게 죄를 짓지 말라는 권면을 전하는 것이다. 요한이 편지를 쓰는 직접적인 목적은 '죄의 위험성'과 '죄로부터의 자유'에 초점을 맞춘다. 동시에, 신앙 공동체 안에서 죄가 가져올 수 있는 분열이나 잘못된 교리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려는 목적도 엿볼 수 있다.
2. “죄를 짓지 말라”는 권면의 의미
요한일서 2:1에서 “너희로 죄를 범하지 않게 하려 함이라”라는 표현은 매우 직접적이다. 죄의 정의와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으나, 기본적으로 하나님과의 관계를 해치는 모든 부정적이고 불의한 행위를 가리킨다. 사도 요한은 독자들이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도록 강하게 권면한다. 다만 이 권면은 단순히 정죄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믿음 안에서 진리와 친밀한 교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요한이 강조하는 ‘죄를 짓지 말라’는 말은, 당시 교회 안에 퍼져 있던 영지주의(gnosticism)나 도덕적 방종을 경계하는 맥락에서도 중요하다. 어떤 이들은 ‘육체와 영은 분리되어 있으니, 육체의 죄는 영적 세계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왜곡된 가르침이 교회 안에 침투했을 때, 사도 요한은 분명히 “죄를 짓는 것은 하나님과의 관계에 장애가 된다”라고 못 박으며 성도들을 보호하고자 했다.
3. “만일 누가 죄를 범하였을 때”에 대한 위로
그러나 인간은 누구나 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요한이 “죄를 짓지 말라”고 분명히 말한 뒤에 곧바로 “만일 누가 죄를 범하였을 때”라는 가정을 덧붙이는 것은, 우리의 연약함을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죄를 멀리해야 함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사람이 죄를 완전히 피하기는 쉽지 않다는 사실도 알기에, 사도 요한은 넘어졌을 때에 대한 메시지를 이어서 전한다.
이 부분은 요한일서 2:1에서 핵심적인 위로와 희망의 문구로 이어진다. 우리가 죄를 범했을 때, 그 죄의 결과로 인해 영원한 단절에 이를 수밖에 없는 상태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라는 ‘대언자’(혹은 변호자, 상담자, 보혜사) 되신 분이 계시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즉, 우리의 죄가 분명한 문제라면, 그 문제를 해결해 줄 분이 있다는 소식이 곧 복음의 핵심으로 드러난다.
4. 예수 그리스도의 중보(中保) 역할
“아버지 앞에서 우리에게 대언자가 있으니 곧 의로우신 예수 그리스도시라”라는 문장은 그리스도의 역할을 명확히 드러낸다. 여기서 예수 그리스도는 ‘대언자’(헬라어로 파라클레토스, Parakletos)로 소개된다. ‘파라클레토스’는 법정에서 피고를 변호하거나 돌보는 역할을 맡은 사람을 지칭하기도 하며, 때로는 위로자, 상담자 등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성령을 일컫는 표현으로도 자주 등장하지만, 이 본문에서는 예수님이 직접 우리를 위하여 하나님 앞에서 변호해 주시는 존재로 나타난다.
‘의로우신 예수 그리스도’라는 표현 역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예수님은 죄 없는 분이시며(‘의롭다’는 것은 흠이 없고 올바름을 의미), 동시에 우리와 동일한 인간의 모습으로 오셔서 모든 시험을 겪으셨으나 죄를 짓지 않으셨다. 따라서 하나님 앞에서 우리를 변호하실 자격과 능력을 온전히 가지신 분이 된다. 이것은 신약성경 전체에서 거듭 강조되는 주제이기도 하다. 예수님은 우리의 연약함을 체휼(替恤)하시고도 죄에 물들지 않으셨기에, 죄인된 우리를 대표하여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는 유일무이한 중보자가 되신다.
5. 죄 문제를 바라보는 복음의 본질
요한일서 2:1에서 “죄를 짓지 말라”는 권면과 “만일 죄를 범하였을 때”라는 현실 인식,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대언”이라는 해결책이 모두 함께 제시된다. 이는 복음이 단순히 도덕적 규율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근본적으로 죄로 얼룩진 인간을 구원하기 위한 하나님의 계획임을 보여준다.
사도 요한은 독자들에게 ‘죄는 결코 가볍지 않다’고 알려주되, ‘그 죄를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죄책감과 단절로 치닫게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회복의 길이 열려 있다’는 사실도 함께 강조한다. 이 대목은 기독교 신앙의 기본 구조를 잘 보여주는데, 그것은 ‘죄 → 구원자 → 회복’으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요한일서 2:1은 이러한 흐름을 압축적으로 담아내면서, 죄인된 우리와 죄 없으신 예수 그리스도를 대조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복음의 역설과 은혜를 동시에 드러낸다.
6. 결론: “나의 자녀들아”라는 부르심의 무게
본문을 마주할 때 가장 먼저 드는 인상은 사도 요한의 애틋한 호칭이다. “나의 자녀들아”라는 표현은 교회 공동체를 향한 사랑 어린 시선을 담고 있으며, 이 호칭 안에는 ‘함께 가야 할 길’이 있음을 시사한다. 죄를 멀리해야 한다는 강력한 권면과 예수님의 대언자 되심을 동시에 전하는 이 한 절은, 신앙 공동체가 어떠한 영적 지향점을 가져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려준다.
요한일서 2:1이 전하는 메시지를 한 줄로 정리하자면 “너희가 죄를 범하지 않도록 경계하되, 죄를 범했을 때는 예수 그리스도의 의로우심을 기억하라” 정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 구절이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핵심은, 기독교 신앙이 ‘죄를 짓지 말라’고 금지하는 데서 끝나는 억압적 종교가 아니라, 연약함 가운데서도 소망을 제시하는 은혜의 통로라는 점이다.
이처럼 요한일서 2:1은 기독교 복음의 근본적 메시지를 단순하고도 분명하게 요약해 준다. 인간의 죄성이 아무리 깊더라도, 그것을 넘어서는 하나님의 사랑과 예수 그리스도의 의로우심이 있음을 믿고 고백하도록 초대한다. 사도 요한은 단지 교리적인 문장 나열이 아니라, 영적·개인적 관계 안에서 이 진리가 갖는 생생함을 독자들이 느끼도록 애쓰고 있다.
빛을 따라 걷다
조용히 잠긴 하늘 아래,
작은 빛 하나 손짓하듯 오네
그 빛을 따라 걸어가면
돌아볼 때마다 자욱한 그림자
언제나 등을 향해 서 있지만
그 그림자 넘어 길 잃지 않도록
누군가 내 걸음을 대신 변호해 주니
어둔 골목도 두렵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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