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139:23-24 (개역개정)
“하나님이여 나를 살피사 내 마음을 아시며 나를 시험하사 내 뜻을 아옵소서
내게 무슨 악한 행위가 있나 보시고 나를 영원한 길로 인도하소서”
우리가 일상 속에서 접하는 수많은 일들은 때로 우리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는 마음의 깊은 문제를 드러내곤 합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 일터나 가정에서 겪는 불만, 또는 스스로에게 실망하게 되는 순간 등은 마음 어딘가에 잠재된 불안과 두려움을 불쑥 떠올리게 만듭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토록 숨기고 싶었던 감정이나 습관을 온전히 꿰뚫어 보시는 분이 계시니, 바로 하나님이십니다. 시편 139편은 전체적으로 보아 하나님께서 우리의 모든 형질을 지으시고, 우리 마음과 생각마저 감찰하시는 위대함을 노래합니다. 이 중 23-24절은 그 모든 사실을 바탕으로 “하나님께서 내 마음을 살피시고, 악함이 있나 점검하시어 영원한 길로 인도해 달라”고 간구하는, 매우 정직하고 진솔한 기도를 담고 있습니다.
1. 내 마음을 아시는 하나님
시편 139편은 “하나님이 나의 안고 일어섬을 아신다”라는 매우 친밀한 이미지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는 결코 추상적인 이해가 아닙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기쁨, 두려움, 우울함, 설렘과 같은 감정의 소용돌이를 모두 헤아리시는 분이 있다는 점은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모릅니다.
“하나님이여 나를 살피사 내 마음을 아시며”라고 고백하는 시인의 절절한 마음은, 우리가 감추고자 애쓰는 모든 심연을 주님 앞에 펼쳐 놓을 수 있음에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안도감을 느끼는 태도를 보여 줍니다. 흔히 인간관계에서는 상호 이해와 공감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못해 실망감을 느끼기 쉽지만, 시편 기자는 하나님이 진정 우리의 마음 가장 깊은 곳까지 통달하신다고 고백합니다. 이 고백은 우리에게도 큰 신앙적 위로를 줍니다.
2. 나를 시험하사 내 뜻을 아옵소서
“나를 시험하사 내 뜻을 아옵소서”라는 표현에서 ‘시험’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다소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때로 ‘시험’은 고난이나 어려움을 뜻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시험한다’는 것은 하나님이 우리의 중심, 즉 ‘왜 이런 행동을 하는가’, ‘어떤 동기로 말하고 있는가’를 깊이 살피신다는 의미입니다.
사람들의 시선에 갇혀 의도하지 않은 행동이나 말을 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또 세상의 흐름에 휩쓸려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 일에 몰두할 때도 있고, 무심코 던진 말이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인은 이러한 모든 연약함과 오류까지도 주님께서 점검하시길 원합니다.
이 기도는 단순히 “잘못이 있으면 알려 주세요”라고 끝나지 않습니다. 시인은 적극적으로 “내 뜻을 아옵소서”라고 덧붙입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마음을 시험하여 정결하게 하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숨겨진 의도와 바람까지 헤아려 주시기를 소망하는 간절함을 담고 있습니다.
3. “내게 무슨 악한 행위가 있나 보시고”
시편 기자는 “나를 살피시고, 나를 시험하신다”는 전제 위에서 “내게 무슨 악한 행위가 있나 보시고”라고 고백합니다. 이 대목에서는 우리의 행동뿐만 아니라 말, 사고방식, 마음의 자세, 무의식적인 습관까지 돌아보게 만듭니다.
악한 행위란 단순히 법을 어기는 범죄적 행동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누군가를 질투하고 미워하는 마음, 편견으로 상대를 재단하는 태도, 나 자신을 부정적으로 깎아내리고 원망하는 자세, 혹은 건강하지 못한 중독적 습관들이 모두 악한 방향으로 치우친 마음의 부산물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소한 불평이나 분노가 사실은 영적 건강을 좀먹는 뿌리일 때도 많습니다.
이 고백을 통해 시인은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마음속 악함을 들춰 내길 원합니다. 왜냐하면 모르면 해결할 수 없고, 알지 못하면 회개하거나 고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앞에 투명하게 드러나는 일은 때로 부끄러움이 있지만, 결국 그것이야말로 새롭게 변화되는 길이 됩니다.
4. 영원한 길로의 인도
시편 139편의 마지막 구절이 “나를 영원한 길로 인도하소서”로 끝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우리를 선하시고 복된 방향으로 이끌어 가시는 분은 주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성경 속에서 ‘길’은 우리의 삶과 인생 전반을 의미합니다. 많은 사람이 빠른 성공, 당장의 문제 해결, 눈앞의 행복을 좇느라 바쁠지 모르지만, 하나님은 단순히 순간적인 편의가 아니라 “영원한 길”로 이끌어 주시는 분입니다. 영원한 길이란 세상의 가치관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작은 선택일지라도 하나님 안에서 기도하며 결정하고, 진심으로 선함을 추구한다면 그것이 결국 영원한 길의 과정이 됩니다.
“나를 영원한 길로 인도하소서”라는 시인의 청원은 나의 인생길이 오직 하나님께 달려 있음을 인정하는 고백이기도 합니다. 자기 중심적으로 내 길을 고집하던 삶에서, 이제는 주님의 인도하심 앞에 스스로를 기꺼이 맡기겠다는 결단이 담겨 있습니다. 이 마음가짐이 없다면 우리는 ‘자신을 살피시라’는 요청조차 부담스러워서 외면하게 될 것입니다.
5. 우리의 삶에 적용하기
성경 말씀은 단순히 읽고 지나가는 지식의 텍스트가 아니라, 우리 일상에 깊은 적용점을 줍니다. 시편 139:23-24 말씀 또한 “하나님 앞에 내 마음을 온전히 열어 놓고, 혹 악함이 있다면 깨닫게 해 달라”는 자발적이고 진솔한 태도를 요구합니다.
1) 기도의 습관: 매일 아침 혹은 저녁, 말씀을 읽고 잠시 묵상하며, “하나님, 제 마음을 살펴 주시고 혹 내 안에 은밀한 죄나 미움이 있으면 알려 주세요. 그리고 그 부분을 돌이켜 주님께로 향할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해 보세요.
2) 회개의 자세: 내 안의 연약함을 인지하게 되었다면, 단순히 ‘부끄럽다’라는 감정에 머무르지 말고 빠른 회개로 돌아서길 바랍니다. 하나님 앞에서의 회개는 단순한 후회나 자책이 아니라, 그분의 용서하심 안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문이 됩니다.
3) 삶의 방향점 확인: 내가 걸어 가야 할 ‘영원한 길’은 과연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직장 생활에서, 가족과의 관계에서, 혹은 비전을 세우는 과정 속에서도 “주님이 원하시는 길은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물어 보는 습관을 길러 보세요.
4) 공동체에서의 실천: 함께 예배하고 기도하는 공동체에서 나의 마음을 점검하고 나눌 수 있는 소그룹이나 친밀한 교제를 찾아 보길 권합니다. 내 내면을 살펴 주고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는 건강한 신앙 친구들이 있다면, 더 큰 도전과 성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6. 하나님께 마음을 여는 용기
누구도 자신의 부끄러운 면을 마주하고 싶어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자아 인식과 회개는 ‘마음속 어두운 부분이 밝혀져야만’ 시작됩니다. 사도 바울도 로마서에서 자신이 원하는 선은 행하지 못하고, 오히려 미워하는 악을 행한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처럼 모든 사람은 연약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연약함과 잘못을 가장 분명하게 보시고도, 우리를 여전히 사랑하시며 영원한 길로 인도하시는 분이 하나님입니다. 그렇기에 시인은 두려움 없이 “나를 살펴 주시고, 시험해 달라”고 고백할 수 있었습니다. 죄가 드러나거나 약점이 밝혀져도 결국은 주님의 손길에서 벗어나지 않음을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이 말씀을 묵상하며, 내 삶을 다스리시는 하나님 앞에서 진실하게 마음을 열어 보는 용기를 내 보면 어떨까요? 삶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도, 하나님께서 우리를 영원한 길로 인도하시리라는 믿음을 붙들 때 비로소 흔들리지 않는 평강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7. 삶으로 이어지는 묵상
본문을 자세히 읽고, 개인적인 적용점을 찾아 적어 보는 실천 기록을 시작해 보세요. 짧아도 좋고 길어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말씀을 붙들고 내 삶을 성찰해 보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하나님이 얼마나 나를 자세히 알고, 또 나를 영원한 길로 인도하시려 하시는지 구체적으로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기도와 묵상이 쌓이다 보면, 시편 139:23-24의 내용처럼 내 마음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올 것입니다. 혹시 내가 크게 잘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하나님께서 그것을 친절히 드러내 주시고 치료해 주실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한 걸음씩 회개와 순종의 발걸음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영원한 길로 인도하시는 손길
한 걸음씩 내딛는 길
주님의 시선에 머무는 길
내 마음 구석구석 헤아리시는
당신 앞에 서니
부끄러운 얼룩들 선명하나
그마저도 기꺼이 보듬으시네
숱한 허물 속에도
영원한 길을 보게 하시는 분
걸음마다 흔들려도
결국은 빛으로 인도하시는 주님
오늘도 그 따스한 손길 붙들고
나는 다시 새날을 맞이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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