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한켠이 텅 빈 듯한 날이 있다.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가 흔들리거나, 직장에서의 스트레스가 점차 내 삶을 짓누를 때, 문득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의욕이 사라져버리고 영혼마저 목마른 느낌에 사로잡힐 때, 우리를 붙드는 무언가가 필요함을 깨닫게 된다.
실제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예기치 못한 어려움이 찾아온다. 경제적 부담, 가족 문제, 건강의 문제 등 각자의 상황은 달라도 마음 한구석이 휑하게 느껴지는 공통의 경험이 있다. 이처럼 영혼 깊은 곳에서 갈급함이 느껴질 때, 우리가 눈을 들어 바라볼 수 있는 분이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랍다. 시편 107편 8-9절은 그 갈급함을 채우시는 하나님을 찬양하고 있다.
“여호와의 인자하심과 인생에 행하신 기적으로 말미암아 그를 찬송할지어다. 그가 사모하는 영혼을 만족하게 하시며, 주린 영혼에게 좋은 것으로 채워주심이로다.”
이 말씀은 고된 인생길에서 갈급해진 우리의 마음을 위로해주며, 하나님이 얼마나 신실하게 우리를 돌보시는지를 알려준다. 아무리 사방이 막힌 듯해도,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우리의 필요를 아시고 채워주시는 분임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1) 하나님을 찬송할 이유
시편 기자는 먼저 “여호와의 인자하심”을 강조한다. 인자하심이란 하나님께서 변함없이 베푸시는 사랑과 자비를 의미한다. 우리의 상황이나 감정이 어떠하든, 하나님께서는 늘 우리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어 하신다. 문제는 우리가 그 사랑을 잊고 있을 때가 많다는 점이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거나 어려움이 연속될 때, 그 순간에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 대신 낙심과 의심을 선택해버리곤 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사소해 보이는 일상에 깃든 ‘작은 기적들’을 통해 하나님은 이미 우리 곁에 와 계신다. 아침에 눈떠서 숨을 쉬는 것, 아직도 나를 지지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따뜻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 등, 모두가 하나님이 베풀어주신 ‘인자하심의 흔적’들이다. 이처럼 우리의 시선이 조금만 열려도 감사와 찬양으로 나아갈 이유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2) 영혼의 갈급함과 만족
시편 107편 9절에서는 “사모하는 영혼을 만족하게 하시며, 주린 영혼에게 좋은 것으로 채워주신다”고 선언한다. 이 짧은 구절은 하나님께서 우리 영혼의 목마름을 단순히 채워주시는 수준을 넘어, “좋은 것”으로 넘치도록 채우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우리 삶에서 갈급함이 느껴지는 시기가 오히려 영적인 성장의 기회가 될 때가 있다. 영적으로 목마르다는 느낌이 들 때, 우리는 그 갈급함을 해결하고자 더욱 절실하게 하나님께 나아간다. 기도로, 말씀 묵상으로, 찬양과 예배로 하나님을 찾는 시간은 우리의 영혼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렇다면 실생활에서 이 말씀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아주 작은 변화부터 시작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하루의 일과 중 10분만이라도 조용히 앉아 시편 말씀을 읽고, 내 마음의 갈급함을 있는 그대로 하나님께 털어놓는 것이다. 이처럼 “하나님, 지금 제 마음이 너무 메말라 있습니다. 주님의 말씀으로 제 영혼을 채워주세요”라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시간은 의외로 큰 위로와 용기를 가져다준다.
3) “좋은 것”으로 채워주시는 하나님
흔히 ‘좋은 것’이라 하면 세상적으로도 풍족하고 편안한 삶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하나님의 관점에서 좋은 것은, 우리가 진정 필요한 것을 정확히 채워주는 선물이라 할 수 있다. 때론 물질적 풍요일 수도 있고, 때론 알 수 없는 평안함, 관계의 회복, 용서하는 마음, 절망 중에 피어나는 희망이 될 수도 있다.
성경 속 인물들을 살펴보면, 그들이 처한 처지와 상황은 제각각이었다. 어떤 이는 경제적으로 궁핍했고, 어떤 이는 권력 앞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으며, 또 누군가는 스스로 범한 죄의 무게에 힘겨워했다. 하지만 그들이 절실히 하나님을 찾고 부르짖었을 때, 하나님은 늘 각 사람에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방식을 통해 적절한 때에 응답해주셨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각자의 갈급함이 다르고, 눈물의 사연이 다르지만, 하나님은 우리의 사정을 알고 계신다. 그리고 꼭 필요한 때에, 꼭 필요한 방법으로 우리를 돌보신다. 바로 이 사실을 믿고 신뢰하는 마음이 ‘믿음’이다.
4) 시편 107:8-9를 삶 속에 적용하기
- 감사 일기 쓰기: 하루를 마무리하며 하나님께서 내게 베풀어주신 작은 기적들을 기록해보자. 감사의 목록을 매일 조금씩 적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 마음에는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가 차오르게 된다.
- 짧은 기도 시간 확보: 매일 바쁘다는 핑계로 기도와 묵상의 시간을 미루기 일쑤다. 잠깐 동안의 짧은 기도일지라도 꾸준히 드리다 보면, 하나님과의 교제에 점차 익숙해진다. 그렇게 마음에 스며든 평안함이 일상의 자리에서도 이어진다.
- 말씀으로 시작하는 하루: 하루의 시작을 시편 구절이나 복음서의 말씀으로 시작해보자. 성경 구절을 눈으로 읽는 것만이 아니라, 마음속으로 되새기며 짧게라도 묵상할 때, 내 영혼이 말씀으로 수분을 공급받듯 새롭게 거듭난다.
- 소중한 사람과 말씀 나누기: 친구나 가족, 혹은 가까운 교우와 함께 오늘 읽은 말씀을 나누며 대화를 나눠보자. 서로가 깨달은 점을 공유하다 보면, 내 시야에 없던 통찰이 들어오고, 말씀이 더욱 깊이 각인된다.
5) 참된 만족을 경험하는 길
우리 인생에는 때론 사막과 같은 시간들이 있다. 갈급함이 심해질수록 눈에 보이는 일상조차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그가 사모하는 영혼을 만족하게 하신다”는 시편 107편 9절의 약속을 마음에 새긴다면, 그런 광야에서도 길을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기대할 수 있다.
매마른 땅에 단비가 내리듯, 하나님의 말씀과 사랑이 우리의 영혼에 적셔질 때 삶은 새롭게 펼쳐진다. 인간적인 힘과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절벽 같은 문제 앞에서도 하나님이 주시는 ‘좋은 것’을 기대하며 감사와 찬양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믿음의 여정이자 생명의 길이다.
이제 시편 107:8-9 구절을 마음에 품고,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느껴보자. 무엇을 하든 주님의 인자하심을 기억하며, 작은 일에서부터 감사와 찬양을 실천해보길 바란다. 그분은 여전히 우리의 간구에 귀 기울이시고, 갈급한 영혼을 채우시는 분이시다.
갈급한 영혼 위에 내리는 사랑의 비
조용히 눈을 감고
바람결에 묻어오는
주님의 속삭임을 들을 때,
메마른 땅 위로
희망의 씨앗이 뿌려지고
생명수 같은 은혜로
마음이 촉촉해지네.
갈라진 나의 갈망 위에
주님의 사랑이 비처럼 내려
메말랐던 영혼 한 자락에
감사의 꽃 피어나네.
흔들리고 부딪히는 인생길
그 가운데서도 주님을 부르면
갈급했던 마음속 텅 빈 자리에
하나님의 ‘좋은 것’이 차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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