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성탄절, 차가운 바람이 뺨을 스치는 가운데도 교회 마당은 따뜻한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저녁 시간에 시작되는 성탄절 예배를 앞두고 신도들은 하나둘 성전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촛불 장식과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 그리고 통로 곳곳에 배치된 초록색과 빨간색 리본들이 성탄의 분위기를 한껏 살리고 있었습니다. 모두의 얼굴엔 설렘과 감사가 교차하며, 특히 아이들은 산타클로스 복장으로 분장한 청년들을 보고 눈을 반짝였습니다.
예배를 인도하는 목회자는 본당 앞 단상에 서서, 오랜만에 본 신도들의 얼굴을 일일이 살피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미소를 건넸습니다. 그 표정 속에는 올 한 해도 무탈하게 보낸 것에 대한 감사와, 새로운 해를 기대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났습니다. 설교를 시작하기에 앞서 그는 가만히 마이크 앞에 선 채로 함께 기도하자고 요청했습니다. 모두가 고개 숙여 두 손을 모으며 기도할 때, 성전 안은 오로지 숨소리마저 경건하게 느껴질 정도로 고요해졌습니다. 짧은 기도가 끝나자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교를 이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성탄절이 매해 찾아오지만, 이 날의 의미를 해마다 새롭게 깨닫기는 쉽지 않습니다. 혹시 우리는 크리스마스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지 않은가요?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것은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분의 오심에는 우리에게 자비와 구원을 베푸시는 하나님의 큰 계획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오늘 이 성탄절 예배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의 마음에, 하나님이 주시는 참된 평안과 기쁨이 충만하길 소망합니다.”
성경 구절을 인용하기에 앞서, 목회자는 손에 들고 있던 작은 카드를 펼쳤습니다. 거기엔 한 신도의 고민이 적혀 있었는데, 그는 그 고민을 읽고 짧은 묵상을 전했습니다. 고민은 이러했습니다. “목사님, 연말이 되면 올해 못 이룬 목표들이 생각나고, 남들은 다 잘 사는 것 같아 괜스레 주눅이 듭니다. 내가 이렇게 부족한 사람이라도, 예수님께서 나를 사랑하실까요?” 목회자는 신도들의 눈을 바라보며 진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크리스마스에 우리가 나누어야 하는 메시지는 바로 ‘사랑과 회복’입니다. 세상에서는 저마다 ‘잘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지만, 하나님 앞에 서는 우리의 모습은 있는 그대로가 존귀합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이유 중 하나가,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고 부족한 점마저도 사랑으로 품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니 연말마다 내 부족함을 탓하기보다는, 내 안에 이미 부어져 있는 하나님의 사랑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회중석 여기저기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보이자 목회자는 말을 이었습니다. “오늘 읽어볼 성경 구절은 ‘개역개정’으로, 누가복음 2장 10절에서 14절까지입니다. ‘천사가 이르되 무서워하지 말라 보라 내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노라…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하니라.’ 성탄의 핵심은 바로 이 ‘큰 기쁨의 좋은 소식’과 ‘평화’입니다. 예수님의 탄생으로 인류의 역사는 새로운 장을 맞이하게 되었고, 그 모든 여정 가운데 우리가 꼭 붙들어야 할 것은 서로를 향한 사랑과 이해입니다.”
이러한 말씀 이후, 목회자는 성탄절에 얽힌 자신의 어린 시절 추억을 들려주었습니다. “제가 초등학생 시절, 부모님이 교회에서 매년 열리는 성탄절 연극에 저를 꼭 참여시키셨어요. 무대 위에 오르기 전까지는 늘 실수할까 봐 두렵고, 친구들 앞에서 창피를 당할까 봐 떨렸지만, 막상 무대에 서면 늘 마음에 기쁨이 가득했었습니다. 그때 느꼈던 설렘과 감사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 어린 시절의 마음이 지금까지도 저를 붙들어주고 있어요. 왜냐하면, 그 연극 무대 위에서 저는 늘 하나님이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전하는 메인 대사를 했고, ‘이 땅에 오신 아기 예수님께 마음 문을 열어보세요. 그 사랑이 여러분의 모든 죄와 슬픔을 덮어주실 거예요’라는 말을 매번 외쳤거든요. 아무것도 모르던 아이지만, 그 한 마디가 주는 힘이 너무나 크게 다가왔습니다.”
설교를 듣는 이들 가운데 눈가가 촉촉해지는 신도들도 보였습니다. 목회자는 그러한 성도들을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덧붙였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의 오심을 축하하는 이 날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마음 깊숙이 온기를 채우는 시간이 돼야 합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상처받아 움츠러든 이웃들이 많습니다. 경제적 어려움, 건강 문제, 관계의 단절, 그리고 팬데믹 이후 여전히 남아 있는 불안감 등으로 사람들의 마음은 녹록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욱더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고, ‘당신을 환영합니다. 당신은 소중합니다.’라고 말해주어야 합니다. 예수님의 탄생이 이토록 기쁜 소식이 될 수 있는 건, 그분의 사랑이 조건 없이 베풀어지는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이어지는 설교는 성탄절을 기념하며, 어떻게 우리가 삶 속에서 예수님의 정신을 실천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다뤘습니다. “성탄절은 단순히 교회 안에서의 축제가 아닙니다. 이웃과 기쁨을 나누는 절기이며, 소외된 사람들을 돌아보고 함께 눈물 흘리는 절기이기도 합니다. 잘 먹고 잘사는 게 인생의 목표처럼 비쳐지는 세상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가치는 나눔과 사랑의 실천입니다. 예수님이 보여주신 ‘섬김’의 자세를 본받아, 우리도 스스로 먼저 낮아져 서로의 손을 잡는 성탄절을 만들어가길 원합니다. 여러분이 크리스마스에 작은 봉사활동이나 기부를 결심할 수도 있고, 혹은 마음속에 묵혀둔 용서하지 못한 사람을 떠올리며 진심으로 용서의 말 한 마디를 전할 수도 있습니다. 그 작은 행동부터가 성탄을 진정으로 기념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목회자는 성전 안을 바라보며 잠시 말을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한 손으로 예배당 천장을 가리키며 말씀을 계속 이어갔습니다. “오늘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조명 아래 모인 우리가, 빛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마음 깊숙이 모셔 들인다면, 세상 그 어떤 문제도 주님의 방법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눈앞의 현실이 한순간에 바뀌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님 안에서 내면이 변화되고, 우리 공동체 안에 신뢰와 배려가 쌓여간다면, 그 변화는 분명 조금씩 눈에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한 가정이 변하고, 한 마을이 변하고, 결국 사회 전체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게 바로 우리가 성탄절에 기억해야 할 ‘소망’입니다.”
설교 말미, 목회자는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성탄의 축복을 선포했습니다. “이 자리에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한 해 동안 지쳐 있었던 분들, 마음 한편이 무거웠던 분들, 혹은 열심히 달려왔음에도 뭔가 허전함을 느꼈던 분들이라면, 오늘 이 성탄절 예배가 작은 쉼터가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가 받은 이 큰 사랑이, 다시 우리를 통해 가족과 이웃, 나아가 세상 끝까지 흘러가길 바랍니다. 여러분 모두의 삶에 예수님이 주시는 평안과 은혜가 넘치길 기도합니다.”
설교가 끝나자, 자리에서 일어난 신도들은 서로를 향해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를 건네며 따뜻한 악수를 나누었습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하나님이 너를 사랑하신다”고 격려했고, 청년들은 연말에 있을 여러 봉사활동과 새해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친밀감을 쌓았습니다. 그 모습 속에서 분명한 것은,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는 진심 어린 마음이 예배당 안 전체에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성전 문을 나서면서 많은 사람들은 마음속에 작은 불꽃 같은 따스함을 품고 돌아갔습니다. 사는 곳도, 처한 상황도, 미래에 대한 고민과 불안도 제각각이지만, 적어도 이 성탄절 예배에서만큼은 ‘우리가 한 몸’이라는 유대감이 느껴졌습니다. 그 유대감이 계속 이어져서 각자의 일상 속에서 꺼지지 않는 빛처럼 타오르기를 바라며, 교회는 성도들을 환송했습니다.
문득 돌아가는 길에 한 신도는 목회자의 설교를 곱씹었습니다. “크리스마스는 자기 자신을 포장하는 날이 아니라, 부족함 그대로를 인정하고 그것마저도 감싸는 하나님의 사랑을 기억하는 시간이다.” 그 말이 마음에 깊이 울렸다고 합니다. 몸과 마음이 지쳐도, 그리스도의 탄생이 주는 메시지는 상처를 치유하고 소망을 품게 하는 놀라운 힘을 지니고 있으니 말입니다. 누군가는 이 감동을 가족과 친구, 그리고 SNS를 통해 나누겠지요. 나눔이 이어진다면, 그 작은 불씨가 사람들과 마을을 밝히는 촛불처럼 퍼져나갈 것입니다.
주님이 탄생한 날은 모두에게 새로운 시작의 기회이자, 여전히 그 소식을 전해야 할 사명이 있음을 일깨워주는 날입니다. 예수님의 탄생으로 인해 우리 안에 생긴 변화는 작은 온정에서부터 비롯되어, 더 큰 선행과 봉사로 결실을 맺을 수 있습니다. 이 놀라운 성탄의 이야기는 지금껏 그래 왔듯이 앞으로도 계속 전해질 것이고, 그 때마다 우리는 사랑과 화해, 치유와 성장의 역사를 목격할 것입니다.
이 글을 마무리하며, 소박한 시 한 편을 전해드립니다. 이 시를 읽고 당신의 마음에 성탄의 의미가 좀 더 깊게 새겨지길 바라며, 하나님이 주시는 따뜻한 은혜가 여러분의 하루하루를 감싸기를 기도합니다.
성탄의 노래
하얀 빛으로 오신 아기 예수
마른 땅 위에도 새싹이 트이듯
희망이 우리 안에 돋아나네
추운 바람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촛불 같은 온기 한 자락
그 사랑이 세상을 덮어 가리라
무거운 마음도 가벼워지는 날
작은 기도로 서로를 감싸 안으며
오늘을 살아갈 소망이 내 안에 차오른다
별이 머무는 밤, 그 반짝임처럼
한 사람의 진심이 또 다른 사람의 어둠을 밝히니
이 땅에 오신 주님의 이름을 찬송하리라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평화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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